북한의 수해 복구에 힘을 모을 때
다음주에 열릴 예정이던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의 엄청난 수해 피해 때문에 10월 2~4일로 연기됐다.
이번 북한에 내린 집중호우로 330여명이 사망 혹은 행방불명되고 35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인명 피
해를 감안하면 정상회담 연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일부 정치권에서나 대다수 국민들은 늘상 벌어졌던 일이라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듯 보이지
만, 이번 북한의 수해 피해는 이례적으로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지역에서 지난 8월 7일부터 14일 사이에 북한의 연간 강수량 1,000밀리-1,200밀리의 70-80%에 이르는
큰 폭우로 강원도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다음으로 함경남도, 평안남도, 황해북도 순으로 피해를 냈다고 한
다. 평양등 북한 전역에 40년래 가장 많은 비가 일주일째 쏟아지면서 농경지의 11%이상이 침수되거나 매몰,유실
됐다고 북한 중앙통신이 밝혔고, 외신도 이재민이 30만명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유엔도 긴급구호를 위한 현황 파악에 이미 나섰다고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이번 북한 지역의 수해 피해는 금액 규모로 볼 때 지난 번보다 많게는 10배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큰 피해는 살림집을 잃은 주민들의 심각한 식량난과 물자부족이
라고 한다. 특히 평양-청진 간 철도가 임시로 복구되긴 했으나 다른 지역에서의 구호품들의 전달이
용이하지 않은 탓에 이번 수해의 피해주민들의 어려움은 한층 더 가중되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북한 지역은 10월부터 추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번 피해 복구는 긴급성을 더 요구하
고 있다. 정상회담이 10월 초로 연기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측에서도 이번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3일 71억원 어치의 긴급 구호품이 개성으로 보냈다는
사실은 일단 긍정적이다.
해마다 계속된 북한의 수해에 우리 국민들이 무관심해진 경향도 있어 보인다.
비록 정치, 안보의 측면에서 바라보는게 익숙하긴 하지만 이번부터라도 다시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동포'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지금 피해를 겪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의 소중한 이웃과 가족이라는 사실을 기억
해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동포애의 시작이다.
현재 각국에 있는 우리 재유럽 한인 사회를 비롯한 재외동포들도 이러한 때 가만히 손을 놓고만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가주의를 연상시키는 '동포애'적 차원이 아니라도 보편적인 인간애를 바탕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대북 수해 복구 지원이 단지 구호품의 전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런 인도적 지원은 어차피 소규모일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을 앞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구호의 손길을 내미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한때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미국조차 유엔을
통한 지원을 검토하는 상황이 아닌가.
북한의 계속되는 수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산림 녹화와 재해 방지 대책의 미비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따라서 매년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 긴급 수해 복구 지원과는 별개로, 장기적으로 북한의 산림녹화 및 수해
방지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남북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좀 더 자연스러운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부수적인 효과일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북한 당국의 정책 실패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이 전제되어
야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