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과 보수의 몰염치
중국의 관자(管子)는 목민(牧民)편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네 가지를 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예의염치(禮義廉治)이다. 절도를 넘지 않고 항상 시대의 흐름을 타며,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부끄러움을 피하는 것이 나라의 근본이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톨령이 국가의 품격을 언급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아마 이러한 고대 중국의 정치사상이 여전히 한국에서 그 영향력을 잃지 않았음을 인정할 것이다. 특히 스스로 나라의 안정을 외치는 보수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어야 할 덕목일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 이런 품격을 지닌 보수주의자는 만나보기가 쉽지 않다. 있다손 치더라도 그들의 목소리는 변방의 한 귀퉁이에서 세파의 먼지 속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대신 사이비 보수들이 제 세상을 만난 양 세상을 휘젓고 다닌다. 이들은 이리저리로 몰려다니며 자기 눈에 거슬리는 이들의 손발을 묶고 저 깊은 강물에 빠뜨린다. 누가 뭐라 해도 귀를 닫고 저만 옳다 목청을 높인다. 높은 분의 심기를 자기 멋대로 헤아려 그 눈에 들기 위해 온갖 볼썽 사나운 짓을 서슴지 않는다. 참으로 염치없는 사람들이다.
최근의 방송가 화제인 방송인 김제동, 손석희의 퇴출을 두고 하는 말이다. 누구를 붙잡고 물어보아도 고개만 갸우뚱 거린다. 왜 갑자기 이들이 퇴출되는가? 누구 말마따나 과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들을 찍어 내리라고 유언무언의 압력을 행사했을까? 이건 분명히 아니다. 국가 권력의 핵심적 인물들이 모여 술자리에서조차 농담조로 하기도 민망한 일들을 했을리 만무하다. 그렇지 않아도 친서민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상회하고, 10월 재보선 싹쓸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런 호시기에 뭐가 아쉽다고 구설에 오르내릴만한 일들을 하겠는가?
이쯤되면 얼추 감이 잡히는 인물군들이 있다. 알량한 출세의 목적을 두고 외부의 졸렬함을 쫓고 있는 인물. 소위 '개념'을 상실한 방송가의 보수연하는 자들이 그들이다. 사석에서 김제동 씨가 고노무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봤다며 앙금을 품은 예능국 사람들, <백분토론>에서 사회자 한 자리 차지하고자 회사가 산으로 가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 보도국 사람들도 그 후보가 되겠다. 이들은 아마 국가의 품격은 고사하고 개인적 수치심도 느끼지 못하는 자들임에 분명하다.
아, 이들은 이번이 첫 경험이 아니다. 박관용씨를 찍어 내렸고, 윤도현씨도 퇴출시켰고, 신경민 앵커의 입도 가로 막았다. 이들의 손에 의해 폐지된 시사 프로그램만 해도 부지기수다. 이들이 공공의 열린 적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누군지 밝혀내는 일일 것이다. 방송가 밖에서 텔레비전으로만 지켜보는 우리들에게는 이들이 누군지 식별해낼 힘이 없다. 오로지 내부에 있는 사람들만이 이런 추잡한 과정을 알고 있으리라. 그들이 용기있게 나서야 한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이가, 입을 열어 이런 몰염치와 선을 긋고 행동해야 한다. 자신의 시각으로만 세상을 재단하려는 자들은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의 품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주범임에 분명하다. '떼법', '떼거리 정치'를 벗어나자고 외치는 보수진영이 스스로 자정하지 않는 한, 그들이 '건전한 보수'를 외쳐도 귀담아 들을 이는 없을 것이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