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3일 이산가족면회소 등 우리 정부 소유 부동산 5 건을 몰수하고, 현대아산 등 민간 소유 부동산 전부를 동결하며, 관리 인원들을 추방한다고 밝혔다. 우려하던 일이 마침내 일어나고 말았다. 정부는 즉각 '남북 관계를 훼손시키는 불법 부당한 조치'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 맞받아쳤다.
금강산관광의 좌초가 단일 협력사업의 파행이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관광은 남북관계를 반세기 동안의 갈등과 대결국면에서 화해와 협력의 가능성을 연 분수령 역할을 했다. 비정치적 비군사적인 교류협력사업을 통해 오랜 단절에서 배태된 불신을 극복하고 상생과 협력의 기반을 구축해 왔던 것이다. 금강산관광의 부침은 바로 남북관계를 가늠하는 잣대나 다름없다.
북측의 이같은 강경조치에 대해 통일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의 이번 조치는 사업자 간 계약과 당국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또 금강산과 개성관광 문제는 당국 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의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이번 위기 국면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태의 원인이 지난 2008년의 관광객 피격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북의 사과와 재발 방지의 제도적 약속이 먼저일 것인데, 북은 오히려 대남 강경 노선을 택한 것이다. 금강산 내 남측 재산을 새로운 관광 파트너에게 넘긴다는 소리도 하는 북의 무책임하고 비이성적인 태도를 개탄한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길이 영영 끊기게 된 것은 비극"이라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금강산 관광으로 경제 사회적 영향을 받고 있는 강원도민과 특히 고성 주민들은 금강산 관광이 진정 ‘영영 끊기는 비극’을 맞을 지 크게 염려한다. 강경 일변도의 이성을 잃은 부당한 처신 및 조치로 북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묻는다.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은 어려운 경제 사정에 적지 아니 도움받은 게 사실이 아니던가.
지난 95년부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권 등 현금 규모 약 1조 원을 비롯해 식량 비료 등 인도적 지원 2조 원, 정부의 쌀 차관 및 보조금 5조여 원, 개성공단 등 정부 투자 6000억 원 등 8조∼9조 원의 우리 돈이 북으로 넘어갔다. 금강산 관광으로만 5천억 원 이상이 흘러 들어갔다.
이를 핵과 미사일에 사용한다는 국제적 비난과 우리 내부적 '퍼주기' 논란이 비등했음에도 민족 화해 화합을 기대하며 금강산 관광은 지속돼 왔다. 그럼에도 ‘금강산 관광을 영영 끊는다’는 소릴 하니, 이 심각한 오판이 실로 안타깝다는 얘기다. 북한에 당장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빌 게이츠는 믿을 만한 조치가 없어 북에 식량 지원을 하기 어렵다 하고 있다. 중국 등과 관광 활로를 찾지만 북이 과연 금강산 관광을 능가할 관광 경제 실효를 얻을지도 미지수다.
믿을 건 동족일 것이 분명함에도 북의 오판으로 지금의 처신이 계속되면 남측의 화해 온정의 빛이 완전히 차단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강산 사업의 종말은 단순히 금강산 사업만이 아니라 개성공단사업, 나아가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정부는 그러한 결과를 원치 않는다면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북한에 당국간 대화를 제의해야 한다. 북한이 민간 소유 부동산에 대해 동결조치만 한 것을 보면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의 여지는 남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역시 현재와 같은 강경한 태도를 고집한다면 "금강산 관광길이 영영 끊기게 된 것은 비극"이라는 북한의 말은 사실이 될 것이며, 그 "비극"은 온전히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북한의 몫이 될 것이다. 북한으로선 깊이 고민해야 마땅하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