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법 어선 사건과 한중관계
한국과 중국간 외교 갈등이 전례없는 파고를 이루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경제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오던 한중관계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자국의 이익만을 고수하는 중국의 북한편들기 외교를 목도하고서야 사실은 양국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골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남한 측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했다 달아나던 중국 어선 단속 사건으로 그 갈등의 골이 확장되는 분위기이다.
양국간의 정치적 문제를 따지기 앞서 일단 사실부터 살펴보자
지난 18일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랴오잉위호는 우리 해경의 단속을 피해 공해상으로 달아나다 해경경비정을 들이받고 침몰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측 선장이 배에서 떨어져 사망했고, 우리측 해경도 중국선원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부상당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구금된 중국측 선원 3명에 대해 우리 정부는 “중국선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조사했으나 공무집행을 주도적으로 방해한 선장은 사망했고 나머지 3명은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없어 중국측에 신병을 인도했다”면서 이들을 석방했다.
이런 사실들만 본다면 이번 사건은 명쾌하다.
잘못은 전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중국어선에 있으며 단속과정에서 중국 국적의 선장 스스로의 과실로 사망했을 뿐
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절도를 하다 경찰에 쫓기다 실족사한 것이다. 국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보자면 그다지 뉴스거리가 될 만한 사안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인 측면에 있다.
연평도 포격이후 한중간 미묘한 앙금이 쌓인 상황에서 중국측이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사과를 요구하면서부터 이번 사건이 꼬이기 시작했다.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중국 선원 석방이 혹 굴욕외교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 사고'라며 애써 외교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정부의 입장이 이런 오해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중국 불법 어선들이 해적이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이번 사건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국제법대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양국간의 외교적인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적당히 대응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중국 불법 어선이 우리 경제수역에 들어와 조업하는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2001년 한ㆍ중 어업 협정 체결 이후 매년 엄청난 규모의 중국 불법 어선들이 몰려들고 있다.
당연히 중국 정부가 나서서 자국의 불법어업을 막는 게 우선이다.
우리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중국에 이러한 불법 중국 어선들을 강력하게 단속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갈등의 문제가 되는 한중간 해양경계선도 서둘러 확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관련한 사안에서 우리 정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려면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번 죽쑤기만 하는 대중 외교의 치밀한 전략이 필요할 때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