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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탄생 200주년과 한국의 피아니스트

by 유로저널 posted Sep 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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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탄생 200주년과 한국의 피아니스트

아래 글은 이수명 주폴란드 문화원장이 지난 8월 24일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게재한 글을 발췌하여 유로저널 독자들을 위해 게재한다.< 유로저널 편집부>

이수명 주폴란드문화원장

아마도 고국의 음악애호가들은 올해가 쇼팽이 탄생한 200주년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음악에 문외한인 나는 작년에서야 2010년이 쇼팽 탄생 200주년이라는 것과, 폴란드 정부는 전 문화부장관인 동브로프스키를 위원장으로 한 범정부적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인 행사를 추진해 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감히 ‘전 세계적으로’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말 그대로 세계 각국에서 탄생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폴란드 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하는 행사도 있지만, 이 보다는 각 나라에 있는 쇼팽협회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행사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특히 쇼팽이 대부분의 작품활동을 펼친 프랑스와 쇼팽을 너무나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더욱 많은 행사가 추진되고 있다.

어떤 행사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겠는가? 하지만 그 중 백미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이다. 2005년 개최된 대회에서 우리 피아니스트 임동민(25), 임동혁(21) 형제가 2위 없는 공동 3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올렸던 그 콩쿠르이다.

잠깐 역사를 살려보자.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International Frederick Chopin Piano Competition)는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국제 콩쿠르 중의 하나로 불린다.

동브로프스키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그의 제자의 제자가 기획한 이 콩쿠르는 1927년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5년마다 그의 고향 바르샤바에서 개최된다. 17세에서 30세까지의 피아니스트들이 참가할 수 있으며, 쇼팽의 기일인 10월 17일을 전후하여 약 3주간 펼쳐진다. 연주곡목은 쇼팽의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

세계적인 콩쿠르인 만큼 재미있는 일화와 에피소드도 많다. 제5회까지의 우승자는 구소련과 폴란드 출신자로만 채워졌으나, 1960년 이탈리아의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기술면으로는 심사위원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으며 우승한 후 세계 각국에서 우승자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제5회 대회 때는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2위를 한 것에 분개한 미켈란 젤리가 심사위원직을 사임하는 소동이 있기도 하였다.

쇼팽 동상.

또한, 제8회 대회에서는 개릭 올슨과 제프리 스완이 서로 경쟁하면서 제3차 예선에서 낙선당한 스완이 회장 앞에서 항의전단을 돌리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제10회 대회에서는 이보 포고렐리치의 연주를 두고 심사위원의 의견이 양분되어 그가 1차 예선을 통과한 것에 반발한 한 심사위원이 사임하고, 그 이후 3차 예선에서 그가 떨어진 것에 반발하여 다른 심사위원(아르헤리치)이 사임하는 대소동이 일어났다.

1980년 이보 포고렐리치를 제치고 우승한 당 타이손은 이 콩쿠르에서 최초로 우승한 아시아인이다. 내전을 치르던 조국 베트남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그는 피난지에서 나무판자에 그려 놓은 피아노 건반을 짚어가며 연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년 후 2000년에는 당시 18세의 중국 청년 윤디 리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구나 14회 대회는 이전 두 회에 걸쳐 1등을 배출하지 못하던 끝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우승이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컸다.

한국의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출전한 제15회 콩쿠르에서는 333명이 신청하여 80명이 본선에 참가하였다. 12명만이 진출하는 최종결선에 한국인으로는 그와 그의 형 임동민, 그리고 손열음이 이름을 올렸다. 임동혁은 본선 연주 도중 피아노 안에 조율 도구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1악장을 마친 후, 피아노를 점검하고 다시 연주를 재개해야 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쇼팽 생가.

2010년 제16회 대회는 이미 전 세계 예선이 끝이 나고 10월부터 시작되는 본선을 기다리고 있다. 전세계 예선을 통과한 81명의 참가자 중 우리나라 참가자는 4명이다. 문화원은 4명의 우리 참가자들이 본선기간 동안 편안하게 연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또한 오는 9월 30일에는 한국문화원 설립과 쇼팽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국립국악원 초청공연을 ‘Theartre Polski'에서 진행할 것이다.

폴란드가 경제적으로는 우리보다 약간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화에 관한한 우리는 폴란드를 함부로 할 수 없다. 폴란드가 예술에 얼마만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 하는 척도가 되고 있는 쇼팽탄생 200주년 기념행사와 그 핵심 행사인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쇼팽이라는 뛰어난 음악가가 폴란드인의 문화적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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