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현대 도예의 선구자
베아테 쿤 Beate Kuhn – 1
독일의 현대 도예는 대표적으로 두 분야의 변화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물레 성형에서 벗어나 비대칭의 형상이 만들어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금 유약에서 색 유약으로 나아가는 실험이 이루어지며 도자 색채가 다양해진 것이다. 초기의 현대 도예가들은 식생활용품과 종교용품 그리고 장식품과 같은 생활에 필요한 도자의 제작을 이어가지만, 형상과 유약의 변화를 시도하며 표현 방법이 달라진, 시각적으로 새로운 도자를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독일, 프레헨 Frechen에 위치한 도자박물관 케라미온 Keramion (유로저널, 2021년 5둴 5일과 19일에 소개)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도예가, 베아테 쿤의 작품을 현재 (2022. 5. 15 – 8. 14), 전시하는 중이다. „늘 다시 즐겁게! immer wieder gerne! “라는 제목의 전시는 그의 초기 작품을 시작으로 변화해가는 도자 형상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케라미온을 설립한 크레머 박사는 도예가 쿤의 작품에 환호하였기에 다수의 작품을 수집하여 소장하였고, 여러 차례에 걸쳐 특별전을 케라미온에서 개최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물관을 위해 1980년에 특별히 제작된 벽화, „생명의 나무“도 감상할 수 있다. 가로 3 m, 세로 1m에 달하는 부조 형식의 벽화에는 지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는데, 물레 성형으로 제작된 단순한 형상을 자르고, 이어 붙여서 동물 형태를 표현하였고, 다양한 크기의 접시모양을 화면 사이사이에 배치해서 식물을 묘사하고 있다.
도자박물관 케라미온은 2007년에 베아테 쿤의 80세를 축하하는 특별전을 개최하였고, 독일 현대 도예의 거장이라 칭할 수 있는 그의 도자 작품을 새롭게 구성하여 보여주는 자리를 2022년에 마련하고 있다.
베아테 쿤: „ 흙의 유연성과 다양한 색의 유약을 통해 우리는 도자 형상의 율동성을 강조할 수 있다. 그 점이 도자예술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흙으로 성형을 배우는 과정에서 만난 물레성형 기법은 나의 ‚피와 살‘로 스며들었다. 다른 성형방법은 모두 밀려났고, 물레에서 빚어진 형태로부터 나의 모든 작품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출발되었다. “
1927년에 태어난 베아테 쿤은 현대 도예의 변환점이라 할 수 있는 형상과 유약에 대한 변화를 모두 받아들이며, 추상적인 형상의 도자를 만들어냈다. 도예가라면 물레를 사용하여 형상을 제작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던 시대에 그는 도자 공부를 시작했다. 도예가로 나가는 과정에서 물레를 빼놓을 수 없었던 만큼, 당연히 그는 물레성형에 능숙했다. 쿤의 작품은 물레 위에서 빚어진 단순한 형태를 자르고 연결하여 새로운 형상으로 제작되었지만,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첫 순간에는 물레라는 제작도구를 생각하지 못한다. 이어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따라가 보는 과정에서 연결된 조각들의 형태가 물레에서 탄생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하게 된다. 추상적인 형상 안에 자리잡은, 물레에서 만들어진 작은 개체 형상들의 단순성을 느끼는 순간, 보는 이들은 그의 작품에 환호하게 되는 듯하다.
그는 다양한 색상의 안료와 유약 실험을 통하여 도자 표면을 장식하여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조화를 이루어 내었는데, 이는 시대의 경향을 따르는 새로운 시도로서, 그의 도자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시간을 초월한 섬세한 손길을 느끼도록 이끌어준다. 2015년에 생을 마칠 때까지 흙을 손에서 놓지 않은 그는 다양하고 광대한 분량의 작품을 창조하여 독일 현대 도예사에 큰 역할을 한 여성 도예가로 기억되고 있다.
쿤: „조각가인 아버지의 작업장에는 항상 흙이 있었다. 어린 시절, 우리는 그곳에서 무엇인 가를 빚었고, 아버지가 강의하고 있는 뒤셀도르프 예술대학의 가마에서 소성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대학에서의 미술사 공부는 예술에 대한 나의 시각을 열어 주었고, 기준을 세우도록 도와주었다. 그 당시 독일에서는 프랑스 화가와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전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들의 밝고 화려한 색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느낌은 나의 작품의 표면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도자공예 공부를 마치고 로젠탈 Rosenthal 회사에서 잠시 일을 하였는데, 하얀 백자 표면에 그렸던 그림은 부드럽고 추상적이었다. 공방을 차린 후의 작품 제작에서는, 낮은 온도에서 색을 드러내는 다양한 유약을 사용하며 색채를 표현하는 즐거움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 시기에는 인물을 주제로 하는 형상을 많이 제작하였다. 1954년,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에 소개된 나의 작품은 유일한 경향이며 획기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1957년부터 시도한, 물레에서 제작된 형상을 잘라 조합하여 제작한 작품에서는 강한 색채 사용이 줄어들게 된다. “
베아테 쿤의 초기 작품은 물레 성형에서 만들어진 기하학적인 형상들을 쌓아 연결시켜 동식물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도자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가 제목으로 붙인 작품들인 „나무“, „선인장“, „올빼미“를 예시로 볼 때 실재적인 묘사는 아니지만, 작가의 시도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이 물레성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첫 눈에 알아보게 되지는 않지만, 가만히 살펴보는 가운데 작은 기형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또한 다채로운 색의 유약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강조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작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그가 제작 과정에서 느꼈을 창조의 즐거움을 우리도 느끼리라고 생각한다.
-- 이 기사는 도자박물관 케라미온에서 개최된 전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고, 기사 중의 따옴표 안의 인용 문장은 베아테 쿤의 80세를 기념하는 전시도록의 인터뷰를 부분적으로 옮긴 것이다. --
Beate Kuhn – immer wieder gerne!
2022. 5. 15 – 8. 14
Stiftung KERAMION
Bonnstraße 12
50226 Frechen
홈페이지: keramio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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