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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의 설문조사에서 미국의 경제전문가 10명 중 5명은 앞으로 일 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이 경기 하락을 부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WSJ는 산업계와 학계와 금융기관의 경제전문가 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1 년 내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 응답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던 해인 전인 2008년 2월 당시 설문조사의 침체전망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달 설문조사에서 침체 전망은 44%였다. WSJ는 2006년 이후 같은 주제의 설문조사를 비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올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전망 역시 둔화됐다. 응답자들은 올 4분기 GDP가 성장률이 0.7%에 그칠 것이라고 응답해 6월 전망치(1.3%)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설문조사 당시의 올 4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는 3.6%였다.
다만 응답자의 40%는 경기침체 지속 기간이 6개월 가량으로 상대적으로 길지 않을 것으로 봤다. 경기침체 여부를 공식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1950년 이후 미국에 찾아온 경기침체의 평균 지속기간은 10개월이었다. 수잔 스턴 경제분석협회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과 같은 형태가 재현되기 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불황이 될 것 같다”며 “코로나19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등이 평상시 보다 더 늘어난 상태에서 오는 경기 침체기 때문에 독특한 형태”라고 말했다.
침체의 핵심 요인은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다. 이코노미스트들의 46%는 ‘연준이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해 불필요한 경기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답해 '금리 인상 수준이 적절할 것'이라는 응답(42%)률을 앞질렀다. 연준이 경제 상황에 비해 기준금리를 적게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비율은 12.3%에 그쳤다. ING의 최고 국제경제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나이틀리는 “재정 및 통화정책은 오랫동안 느슨하게 운영됐고 이제 연준이 이를 따라잡으려고 하고 있다”며 “이같은 연준의 움직임은 언제나 시장 상황 대비 과잉 대응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조사는 7월 8일부터 12일까지 이뤄져 13일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6월 CPI가 시장 예상치(8.8%)를 뛰어넘는 9.1%를 기록한 이후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이전보다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전문가들의 경기 침체 전망도 더 커졌을 수 있다.
현재 시장과 연준에서는 1%포인트의 기준 금리 인상이 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6월 CPI발표 이후 14일 연준 내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6월 CPI를 고려해도 75bp(1bp=0.01%포인트)를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며 시장을 달랬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한 언론인터뷰에서 “0.75%P 인상이 나은 선택”이라고 발언했다.
WSJ는 연준이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1%포인트일 확률은 29.1%인 반면 0.75%포인트일 확률은 70.9%다.
최근 발표된 미시간대의 7월 소비자태도지수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한 것도 1%포인트 상승은 과도하다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미시간대는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7월 5.2%로 전월(5.3%)보다 낮아졌고,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8%로 전달의 3.1%에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