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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안에서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동거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 흉기를 휘두른 40대 여성이 '과잉방위'를 인정받아 최종 무죄로 확정됐다.
과잉방위는 늦은 밤이나 공포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과한 수준으로 방어하는 것인데, 과잉방위로 무죄가 확정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수원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신숙희)는 지난달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42)씨의 선고 공판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올해 1월 1심 재판부도 A씨의 과잉방위를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최근 검찰이 상고하지 않기로 하면서 A씨는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A씨는 지난해 8월 18일 오전 12시 7분쯤 경기도 수원에서 이동 중인 차량 조수석에 앉아 운전석에 있던 동거남 B(50)씨의 가슴팍을 흉기로 한 차례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일 친오빠 집에 갔다가 밤늦게 돌아온 A씨는 B씨에게 외도 의심을 받았다. A씨가 사정을 설명했지만, B씨는 술에 취한 채 A씨의 친오빠를 해치겠다며 흉기를 챙겼다. 이에 A씨도 무방비 상태인 오빠에게 건네주기 위해 흉기를 들고 차에 올라탔다.
B씨는 술을 마신 채 좁은 골목길을 내달렸다. 한 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다른 한 손은 흉기를 쥐고 있었다. 그는 조수석에 앉아있는 A씨의 목에 흉기를 갖다 대기도, 흉기로 허벅지를 내리치기도 했다.
그러다 차량이 정차한 사이, 차 안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A씨가 몰래 챙겨온 과도로 B씨의 오른쪽 가슴을 한 차례 찌른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을 과잉방위로 보고 무죄로 결론지었다. B씨가 흉기를 든 채 A씨를 차에 태운 점, 운전하는 내내 욕설과 위협을 한 점 등이 고려됐다.
또 A씨가 교통사고 위험을 감수하고 운전 중인 B씨를 찌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늦은 밤, 공포스러운 상황 등 사건 당시 상황이 과잉방위의 요건에 부합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B씨)가 흉기를 들고 피고인(A씨)이나 피고인의 가족에게 여러 위해를 가하려고 협박하는 상황이었다"며 "극심한 공포감 속에서 피고인이 냉정을 잃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법이 인정하는 과잉방위로 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실제로 B씨를 찔렀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블랙박스 등 증거를 살펴보면 B씨가 먼저 몸싸움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고, 차량 안에서 발견된 흉기에선 남성의 DNA만 발견됐다"며 "피고인이 과연 흉기로 피해자의 우측 가슴 부위를 찔렀는지 불분명하다는 판단이 든다"고 했다.
앞서 올해 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특수상해 인정(인정 4명·불인정 3명), 정당방위 불인정(인정 1명·불인정 6명)했다.
하지만 형법 제21조 제3항 과잉방위(불가벌적 과잉방위)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무죄 평결을 했다. 1심 재판부도 같은 입장을 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현장에선…과잉은커녕 정당방위도 인정 어려워
A씨에게 적용된 법령은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다. 다만 과잉방위로 무죄를 인정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알려진 사례는 2018년 발생한 '죽도 폭행' 사건이다. 피고인이 같은 건물 세입자와 그의 모친을 죽도로 때려 각각 전치 6주·3주가 나오게 한 사건이다.
당시 순간의 소통 문제로 세입자와 피고인의 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잠에서 깬 피고인은 세입자가 자신의 딸을 잡고 있는 모습을 목격, 죽도를 들고 급하게 뛰쳐나왔다. 이어 죽도로 세입자를 때렸고, 자신을 말리는 세입자의 모친까지 수차례 가격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단은 피고인의 행동이 제21조 제3항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즉 과잉방위를 인정한 것. 다만, 이 사건은 과잉방위뿐 아니라 정당방위도 함께 인정받은 사건이다.
http://news.v.daum.net/v/2022081405180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