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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평화를 위해 설립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국제 사회를 위협하는 도발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지 못하면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보리 제재가 거듭 실패하는 원인으로는 5곳의 상임이사국 중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을 채택할 수 없는 구조가 지적된다.
안보리는 5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의 유류 수입 상한선을 줄이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을 수차례 시험 발사한 것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 주도로 추진됐다. 27일(현지시간) 열린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도 영국과 중국이 갈등하면서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추가 성명이 채택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945년 설립된 안보리는 유엔의 6개 주요기구 중 유일하게 회원국에 이행 의무가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핵심기구다. 유엔 헌장 제 23조에 따라 안보리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상임이사국은 제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로 임기 제한 없이 1945년부터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비상임이사국은 2년 임기로 총회의 표결을 통해 해마다 5개국씩 교체된다.
그러나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총 15개 이사국 중 3분의 2(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5개 상임이사국 모두가 찬성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상임이사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러시아가 120회로 가장 많았고, 미국은 83차례 행사했다. 영국(29회)과 중국(17회), 프랑스(16회)가 뒤를 이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했다. 지난 6일(현지 시각)에야 러시아 침공을 전쟁이 아닌 '분쟁'으로 표기해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안보리 화상연설에서 "안보리는 있지만 안보리가 보장하는 안보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하며 안보리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했다.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남용을 제어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상임이사국 확대와 준(準)상임이사국 설치가 있다. 상임이사국 확대를 주장하는 독일과 일본, 인도, 브라질은 2005년 아프리카의 2개 국가까지 포함해 상임이사국을 6개국 증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 이탈리아, 멕시코 등은 이에 반대해 "선거로 선출하는 비상임이사국·준상임이사국을 통한 안보리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준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이 없는 대신 4년 임기에 연임이 가능해 임기 제한이 없는 상임이사국을 견제하는 자리로 고안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보리 개혁이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를 퇴출하거나 상임이사국을 확대하는 등 기존 안보리 체제를 바꾸려면 이를 규정한 유엔 헌장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엔 헌장은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찬성하고 유엔 총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개정이 가능하다. 상임이사국은 권한에 제한을 가하는 개편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