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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굴욕감 안겨선 안 돼' 마크롱 겨냥
"푸틴은 전범… 그런 사람 기분 왜 배려하나"
세계적 기근 우려에 "그게 러의 마지막 희망"
“제발 푸틴의 심기 따위에 신경쓰지 말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안보 위협에 시달리는 에스토니아 카야 칼라스 총리의 말이다. 우리나라 울산광역시보다 조금 더 많은 인구 130만의 작은 나라 지도자이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국제사회에서 대(對)러시아 제재, 그리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 주요 언론은 칼라스 총리를 ‘북유럽 철의 여인’이라고 부르며 그가 내놓는 발언 하나하나에 주목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야후뉴스에 따르면 칼라스 총리가 이달 초 독립 언론인이자 국제문제 전문작가인 마이클 웨이스와 인터뷰한 내용이 최근 이 매체에 실렸다. 칼라스 총리는 어느덧 발발 5개월을 넘겨 장기화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주로 얘기했다. 그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과 달리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그리고 러시아 비판에 소극적인 프랑스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직전과 직후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우크라니아와 러시아 간의 중재를 시도했으나 성과는 전혀 없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6월 초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가 우크라이나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당시 칼라스 총리도 우크라이나 편을 들며 마크롱 대통령을 비판했는데 아직 앙금이 덜 풀렸는지 ‘왜 푸틴의 심기 따위에 신경을 쓰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저는 수화기를 들고 푸틴과 대화하길 원하는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늘 상기시킵니다. 푸틴은 전쟁범죄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요. 지금 이 시각에도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훔치고 전 세계를 상대로 ‘기근’을 협박합니다. 그렇게 하면 제재를 풀 수 있다고 여기는 거죠. 러시아의 선전 책임자들은 요즘 아예 대놓고 ‘배고픔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떠듭니다.”(칼라스 총리)
사실 ‘푸틴에게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일단 휴전을 하고 평화협상에 돌입하려면 러시아한테 뭔가 ‘명분’을 줘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이 미국, 영국 등 서방에서 제공한 무기를 들고 러시아군과 거의 대등하게 싸우는 상태에서는 강대국 러시아의 체면상 쉽게 물러서지 않으려 할 것이란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칼라스 총리는 이런 의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역사학자 티모시 스나이더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철군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어떠한 체면치레도 필요없다’는 주장 말이죠. 러시아는 푸틴의 손아귀에 들어 있고 모든 정보는 정권이 통제합니다. 푸틴이 러시아 국민을 상대로 ‘우리가 이겼으니 이제 그만 군대를 국내로 불러오겠다’고 하면 러시아 국민은 그 말을 믿을 겁니다. 그러니 제발 푸틴의 심기 따위에 신경을 쓰지 마세요.”(칼라스 총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