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335번 칼럼
아트테크는 어떻게 해야 하나? (4) - 성공한 MZ세대의 투자
2) 성공한 MZ세대의 투자
찰스 사치 – 데미안 허스트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는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라는 광고회사를 소유한 영국의 기업인이다.
Charles Saatchi
그는 많은 자산으로 이미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도 구매할 수 있었지만, 다른 재벌이나 자본가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사치는 그의 나이 45세였던 1988년에 미술품 컬렉팅을 시작했다. 그는 20대 무명인 작가들을 발굴해 투자하면서 그들과 함께 성장하며 현대미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의 작가가 된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무명작가나 다름 없었을 때 찰스 사치는 그의 작품을 구매했다. 그는 당시 대학교 졸업을 앞둔 데미안 허스트가 그의 학교 친구와 함께 열었던 전시 프리즈(Freeze)에 건 작품들을 모두 샀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는 23살의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에 누가 도대체 관심을 갖는지 그와 그의 주변 친구들은 모두 놀라며 궁금해했다. 광고업계의 대부이자 트렌드에 민감했던 사치는 한 눈에 데미안 허스트의 가능성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사치는 데미안 허스트가 1991년 대학을 졸업한 후 3년이 지났을 때 사치는 이런 제안을 했다.
“만들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이든 만들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겠다.
대신 그 작품의 소유자는 나다.” – 찰스 사치
지금의 데미안 허스트로 보자면 부당하고 어이없는 제안이었겠지만, 그것은 당시 한 젊은 작가의 성장에 더없이 필요한 기회였다. 그래서 데미안 허스트는 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후, 26세의 데미안은 약 5만 파운드(약 8700만 원)의 제작비를 들여 호주에서 죽은 상어를 가져와 거대한 유리 진열장에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채워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데미안 허스트,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년작) ⓒdamienhirst.com
자신의 힘으로 이런 작품 제작비 1억 원을 모으려고 했다면 아마 수 년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찰스 사치의 도움으로 그는 단 시간에 역사에 기록될 작품을 만들었고 20대의 나이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면서 대스타가 되었다.
이 작품을 제작한 후4년 뒤 1995년에 그는 런던 테이트 갤러리에서 터너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5년에는 작품 ‘살아 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년작)이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헨에게 800만 달러(약 83억 원)에 팔렸다.
이로 인해, 찰스 사치는 14년 만에 100배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또한, 미술전문지 아트리뷰는 '세계 미술계 영향력 1위 작가'로 데미안 허스트를 선정했고 1억 파운드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Damien Hirst, Two Pills, 2004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Artimage 2022. Image courtesy of Other Criteria
지금 50대가 된 데미안 허스트는 여전히 이 상어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유명한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즉, 컬럭터와 작가는 서로 윈윈을 한 셈이다.
존 릭스 – 박수근
박수근, 빨래터, 1954 (출처: 서울옥션)
이것은 단순화된 선과 구도, 회백색의 화강암과 같은 질감으로 우리의 토속적인 미감과 정서를 담아낸 박수근의 ‘빨래터’다.
이 작품은2007년 5월 서울 옥션에서45억2000만 원에 판매되며 당시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해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이 기록은 2018년과 2019년 국내 경매 낙찰 총액이 가장 높았던 김환기 작가 작품이 경매가 기록을 갱신하기 전까지 무려 8년 간 지속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2007년 12월 아트레이드는 이것이 위작이라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후 근 2년 간의 법정공방 끝에 이것은 마침내 진품으로 판정받았다.
이런 다사다난한 일을 겪은 작품을 낙찰받은 사람은 바로 삼호산업의 박연구 회장이다. 한 기업의 회장이 수십억 원의 작품을 사들인 것이 특이하거나 특별한 일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바는, 이 작품을 누가 소장하고 있었고 또 누가 팔았냐는 것이다.
이 작품의 원래 소장자는 바로 미국인 존 릭스다.
2009년,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 미술품 감정연구소와 법원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종합한 결과 존 릭스의 가족사진 등에 등장하는 그림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존 릭스가 1954년부터 2년 동안 한국에서 근무할 때 박 화백한테서 이 그림을 선물받은 것이 사실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인 존 릭스는 한국전쟁 직후 중장비 거래가 많았던 시기에 1954년부터 1956년까지 20대 후반의 나이에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무역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마흔이 갓 넘은 박수근 작가는 미군부대에서 돈벌이 용으로 초상화 작업을 시작하면서 존 릭스와 알게 되었다. 존 릭스는 무역 일을 하면서 일본을 다녀올 때 박수근을 위해 물감과 캔버스 등 화구를 사다 주었다. 박수근 작가는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의 작품을 선물했다.
이후 존 릭스가 미국으로 돌아간 뒤 그의 딸이 우연히 경매 회사의 도록에서 박수근의 그림을 보게 되었고, 당시 지하실에 보관중이던 박수근의 작품을 마침내 2005년 경매에 출품했다.
이렇게해서 존 릭스가 공짜로 선물로 받은 그림이 50년이 지나 45억2000만 원에 판매가 된 것이었다. 존 릭스의 딸은 로또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가 개발도상국의 유명하지도 않은 한 청년의 그림을 그저 버려두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릭스의 행운에는 무명 작가의 그림을 소중하게 간직했던 그의 태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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