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들이 펼치는 색채의 향연 - 1

도예가들이 펼치는 색채의 향연 - 1

현대도예

도자 공예는 형태, 문양, 색을 바탕으로 창조된 삼차원의 형상으로서 일상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며,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예술품이라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형태를 만들어내는 재료는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흙이고, 제작된 형태의 표면에 다양한 장식을 할 수 있으며, 전체를 감싸주는 유약 (역시 다양한 흙의 조합이다)을 입힌 후에 가마 안에서 불의 작용과 만나 „도자“로 태어나게 된다.

한국의 옛 도자들은 실용성과 예술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 이는 사용량과 비례하여 생산량도 많았기에, 지속적으로 단점을 배제하고 장점을 보완하여 나갔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현대도예“라는 명칭은 실용품 중에서 예술적인 부분이 강조되며, 즉 아름답기에 어딘 가에 놓고 바라보고 싶은 도자가 발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형태, 문양, 색이라는 세 요소가 실용성을 포함하여 예술성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현대 도예의 다양성은 위의 세 요소들의 변형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조화를 이루어 내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있다.

도자박물관 틴드스휘어 Tiendschuur

네델란드에 위치한 작은 도시, 테헬렌 Tegelen 은 산업도자인 벽돌과 기와를 생산하던 곳이며, 그에 필요한 흙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곳이었다. 현재는, 산업도자를 생산하던 공장들이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가마를 위해 설치되었던 높은 굴뚝들이 아직 도시 외곽에 남아 있고, 도자 도시라는 역사를 보여주는 도자박물관 틴드스휘어 Tiendschuur (tiendschuur.net)가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박물관에 관한 소개는 다음으로 미루고, 최근에 진행되었던 도자 기획전 „색채 Colour – 작가들이 선택한 색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022년 5월부터 9월까지 유럽에서 활동하는 도예가 11인의 작품을 도자박물관에서 보여 주었는데, 전시 제목이 말해 주듯이 도자의 다양한 형태에 문양과 색을 강조하여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도예가들은 단순하고 추상적인 도자 형태를 선택하여 쌓아 올리기와 물레 그리고 석고를 이용하여 그들 만의 개성적인 삼차원의 형상으로 제작한 후에 다채로운 색안료와 유약을 활용하여 회화적으로 표면을 장식하였다. 미술분야의 회화와는 다르게, 도자는 가마에서 구워 내야 한다는 기술적인 부분이 필수이기에 그들이 표현한 색채의 선명함과 화려함은 가마와 색채안료 그리고 유약이 조화를 이루어 낸 쉽지 않은 결과라는 것을 인식하는 동시에 작가들의 기호와 특성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였다.

전시 - 색채 Colour

„색채가 없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지루하고 단순했을까?

색채는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색의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말이다.

어떤, 가능한 색의 조합이든 모두 아름답다.

이번 전시 ‚Colour‘는 이 지구위에 존재하는 그리고 흙에서 나오는 모든 색채에 대한 노래이다.

무지개의 모든 색을 담고 있는 도자.

이 전시의 작품을 위해 도예가들은 의도적으로 진지하게 그들 만의 색채를 선택하였다. “

도자를 색채라는 주제로 한자리에 모아 놓은 전시를 설명해주는 글이다. 이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무지개의 다채로운 색을 흙을 통해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는 아름다운 전시였다. 전시를 찾아갔던 필자는 색을 자유롭게 표현한 도예가들의 작품 들에서 도자의 기술적인 면의 어려움을 깊이 인식해보며, 도자 분야에서의 새로운 시도도 발견하는 등, 도자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들의 즐거움을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도자 회화

많은 화가들은 도예가가 만들어 놓은 도자 형상에 그림을 그렸는데, 대표적인 화가로서 피카소의 도자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삼차원의 형상에 이차원의 그림이 만나 어우러지면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이번 전시에서 도예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형상을 빚은 후에 그림을 그리는 일도 직접 자신의 의도대로

펼쳐 놓고 있었다. 

독일 도예가, A. H. Grueneke (1959~ )는 로마와 파리에 있는 예술아카데미에서 회화를 전공하였고, 긴 시간 동안 미술교사로 지냈고, 미술심리치료와 분석을 공부한 후에 2012년부터 „기이한 흙“이라는 도자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작품 주제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관계와 역할이 주를 이룬다. 단순한 형상의 여성성을 상징하는 도자에 사람의 심리를 묘사하는 그림을 그리는데, 이는 그가 경험한 예술심리상담에서 얻은 과정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한다.

연리문

하얀 색의 흙과 철분이 많이 함유된 붉은 흙을 함께 반죽하여 용기를 제작한 후에 반 건조 상태에서 표면을 살짝 깎아내면 서로 다른 두 흙색이 어우러져 나뭇결이나 대리석 같은 무늬의 장식효과를 나타내는데 이것을 연리문이라고 한다. 이 방법은 흙의 수축 정도가 다르므로 건조와 소성 과정에서 파손되기 쉽다.

독일 도예가, D. Wenz (1968~ )는 전통적인 방식을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색상의 흙을 직접 제작하여 새로운 방식의 색채가 담긴 도자를 전시에서 보여주었다. 그는 마인츠 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한 후에 연리문 기법을 응용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기존의 두가지 색의 조합에서 더 나아간, 선과 면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연리문의 도자는 큰 주목을 받으며 여러 박물관에 수장되어 전시되고 있다. 그는 다양한 색상의 흙을 조합한 후에 쌓아 올리기 방식으로 큰 작품을 빚는데, 기술적인 완벽함과 더불어 감동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도자라고 생각한다.

물레를 이용한 조소 작품

네델란드 도예가, W. Dam (1957~ )의 작품은 도예계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Geriet Rietveld 아카데미에서 도자를 전공하였다. 단순한 둥근 형태를 물레에서 제작한 후에 서로 조화롭게 연결시켜 추상적인 형상으로 새롭게 탄생되는 그의 도자는 강렬하거나 은은한 색이 일률적으로 도자 전체를 감싸고 있다.

물레에서 빚어진 형태와 하나의 색채가 조화를 이루는 형상은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으며, 보는 이들에게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펼치도록 이끌어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