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예술칼럼

한국화의 두 거장 – 청전 이상범 2 : 능수능란한 줄타기

by 편집부 posted Feb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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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342 

한국화의 두 거장 – 청전 이상범 2 : 능수능란한 줄타기

 

2) 부벽준법

특히 부벽준법은 남성적이고 힘찬 느낌을 주는 기법으로, 동양화에서 뾰족하고 험악한 바위의 표면이나 깎아지른 산의 입체감과 질감을 표현할 쓰는 방법이다. 

 남송대 하규 ‘계산청원도’ 중 하나(두루마리), 지본수묵화, 46.5cm×889.1cm (타이페이 고궁박물원 소장).jpg

남송대 하규계산청원도 하나(두루마리), 지본수묵화, 46.5cm×889.1cm (타이페이 고궁박물원 소장)

 

하규의 그림속 바위에서 보이듯이 붓을 옆으로 비스듬히 뉘어 재빨리 들면서 끌어당겨 수직으로 부서진 단층의 효과를 내면서 마치 도끼로 찍었을 때의 자국 같이 또는 끌로 자국과도 비슷한 느낌으로 그리는 것이다. 

중국 북송 말기에 시작돼서 북송 산수화와 남송 산수화를 연결하는 이당(李唐) 의해 완성된 부벽준법은 남송 화원(畵院)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였던 마원(馬遠) 하규(夏珪) 마하파 화풍(馬夏派畵風) 명의 절파(浙派) 화가들에서도 암벽 처리를 위해 자주 사용되었다. 

 마원(馬遠, 南宋),  답가도(踏歌圖),1170경~1260 (출처 -인저리타임 www.injurytime.kr).jpg

마원(馬遠, 南宋),  답가도(踏歌圖),1170~1260 (출처 : http://www.injurytime.kr)

 

붓자국의 크기에 따라 소부벽준과 대부벽준으로 나눌 있는데, 소부벽(小斧劈) 이사훈(李思訓) 법이라고도 불렸고, 대부벽준법은 이당(李唐) 법이라고도 불렸다. 특히, 대부벽준법은 주로 원본화(院本) 절파(浙派) 등의 북종화에서 사용되었다. 

 대진, 동천문도 (베이징 고궁박문관 소장).jpg

대진(戴進, 1388~1462), 동천문도 (베이징 고궁박문관 소장) (마원화풍의 영향을 받은 절파화풍의 창시자 대진의 부벽준법이 드러나는 그림)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중기 김제가 절파 화풍의 영향을 받아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에서 대담한 대부벽준을 사용했다. 

 김제(金禔),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16세기 후반, 견본채색, 111 x 46cm  (리움미술관 소장).jpg

김제(),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16세기 후반, 견본채색, 111 x 46cm  (리움미술관 소장)

 

또한, 조선 후기 화가 이인문(李寅文,1745~1821)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하경산수도 알려져 있는이인문필지두산수도(李寅文筆指頭山水圖)’에서 대부벽준법을 사용했다. 

 이인문필지두산수도(李寅文筆指頭山水圖), 지본담채, 98 x 54 cm, 국립중앙박물관 (대부분의 경우 '하경산수도'로 소개됨).jpg

이인문필지두산수도(李寅文筆指頭山水圖), 지본담채, 98 x 54 cm, 국립중앙박물관 (대부분의 경우하경산수도 소개됨)

 

그림에서 아래쪽으로부터 위쪽으로 켜켜이 쌓아 올려진 개의 암봉들은 굵고 가는 윤곽선으로 형태가 그려졌고, 표면에는 도끼로 찍은 듯한 대부벽준(大斧壁)으로 거칠고 찍어 내리듯 그려져 있다. 이로 인해 각지고 갈라진 바위의 질감과 형세가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3)‘청전 양식

청전은 우리 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설악산 파격적인 수직 구도로 깊고 웅장하지만, 마음으로 포근하게 감싸안는 듯한 느낌도 담겨져 있다. 특히설악산청전 양식 탄생을 예고한 그림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조선 말기 화가 심전 안중식의 문하에서 처음 그림을 배웠고, 초창기에는 조선시대 사의적(寫意的) 화풍을 충실히 따라했다. 1930년대 후반 동아일보사를 퇴직한 그는 1937 금강산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렸다. 시기에 실경을 그리면서 바위를 표현하기 위한 기법에 몰두했으며 이때의 노력이 1945~50년에 성숙되어지는 화풍의 기반이 되었다. 

1950년대 들어 그는 새로운 진경산수 화풍을 모색하면서 미점을 변형시키고 부벽준과 절대준을 혼용한 소위청전 양식이라는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는 동서양의 화법을 조화시키고 자신만의 붓질과 묵법을 연마하며 산과 나무, 암석과 개천, 농부와 아낙의 모습에 특유의 한국적 정서를 담았다. 

 이상범, 산수도, 1958.jpg

이상범, 산수도, 1958 (사진출처:Google Arts & Culture)

 

위의 그림에서처럼, 그는 농담을 달리한 짧은 붓질을 수없이 반복하고, 점을 찍는 듯한미점법(米點法)’ 활용했다. 그래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토산과 무성한 수림이 보들보들하고 뽀송뽀송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철저하게 섬세하고 정교해서 치밀하고 날카로운 여성적 아름다움도 풍겨낸다.   

이것은 마치 줄꾼이 팽팽히 당겨져 있는 위를 앞으로도 뒤로도,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완전히 기울지 않으면서 교묘히 균형을 잡고 점프를 하며 현란한 기술을 보여주는 같다. 청전 이상범도 이렇게 능숙능란하게 다양한 준법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세밀한 기교를 펼쳐 보였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은 완벽한 기교와 서정성을 갖춘 힘있는 연주가라고 평가받는 소련의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Emile Gilels,1916~1985) 베토벤 연주를 듣고 있는 느낌과도 비슷하다.   

그가 무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비창 때면 그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그는 미친듯이 건반을 두드리며 전력을 다해 돌진하면서도 사소한 여린 하나에도 정교하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희한하게 살아 숨쉬게 만든다. 그래서 마치 베토벤의 꿈과 정령이 그의 피아노 소리와 함께 날아오르는 것만 같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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