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을 모독·겁박하는 국가는 온전한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by 편집부 posted Mar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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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을 모독·겁박하는 국가는 

  온전한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23일 검찰 수사권 축소를 위해 지난해 개정된 검찰청법 등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개정안은 검찰의 강한 반발과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쿠데타’로 무력화될 위기를 맞았지만, 헌재의 결정으로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헌재는 검사의 수사 및 소추권(기소권)이 헌법상 검사만의 권한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회가 입법을 통해 수사와 기소에 관한 사항을 얼마든지 조정·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헌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낸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대해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 자체가 부적절해서 본안심리를 하지 않고 배척하는 것이다. 

한 장관은 헌법에 검사의 영장신청권이 보장된 것을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도 헌법상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의 다수의견은 이를 견강부회식 해석이라고 봤다. 영장신청권은 “강제수사 남용 가능성을 통제하려는 취지에서 헌법에 도입된 것”이지, 검사의 수사권을 무소불위식으로 확대하는 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같은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 등의 효력을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두고, 검사 출신인 법무부장관과 판사출신들인 국민의힘 당 대표와 원내 대표까지 이념까지 내세우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재판관들에 대한 도가 넘는 공세를 하고 있다. 

최종적 헌법 해석의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총의로 내려진 독립적 결정을 부정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고 이번 권한쟁의심판청구에 기각·각하 결정을 한 헌재 재판관들에 대해 출신과 성향을 문제 삼는 인신공격성 색깔론을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헌재 결정에 공감하기 어렵다”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헌재가 기각이 아닌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을 한 장관은 유념해야 한다. 

판사출신인 김기현 당 대표는 헌재 결정 직후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반 헌법적 궤변의 극치”, “양심을 내팽개친 정당 하수인”으로 공격하며 “역사는 곡학아세한 당신들을 몰염치 혐의로 징벌할 것”이라고 했다.

판사출신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졌다”고 했고, 국민의힘 청구인 중 한명으로 역시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도 “우리법연구회랄지 민변이랄지 국제인권법연구회, 이러한 특정 성향을 가진 단체 출신”이라고 비난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분쟁에 관한 최종적 심판기관이다.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위헌법률심판·탄핵심판 등에서 내린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에 기속력을 갖는다. 

검사 출신 법무부장과 판사출신인 집원 여당의 대표들이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헌재를 모독하고 헌법재판관들을 겁박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민주공화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권력분립을 토대로 하는 근대 민주공화국은 입법·행정·사법부가 각자의 권한과 역할을 존중함을 전제로 성립한다. 특히 입법·행정부가 최종 심판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권능을 훼손하려 할 경우 공동체는 균열과 혼란을 겪게 된다.

물론 헌재가 개정법의 국회 법사위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음을 인정한 것은 사실이다. 헌재가 ‘절차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개정법은 유효하다’고 판단한 데 대해 국민의힘 측이 법리적으로 지적할 수는 있다고 본다. 

반면,국민의힘은 입법부답게 오히려 시행령을 통해 법률 취지를 무력화한 한동훈 법무부의 검찰 수사권 편법 확대 조처를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더불어민주당도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꼼수 탈당’에 대해 헌재가 국회법 위반이라고 분명히 지적했음을 받아들여 반성해야하며, 개정 검찰청법 보완 및 헌재 결정과 맞지 않는 시행령 조정 등을 위해 여당과 협의에 나서는 등 국회 다수당으로서의 책임부터 먼저 살피는 것이 헌재 결정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자세일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헌법재판관들에게 과거의 연구회·단체 경력 등을 근거로 ‘색깔 공세’를 가하는 ‘반(反)헌법’적 행태를 당장 중단해, 민주공화국의 정부와 정당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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