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361 – 자화상에 대한 고찰; 신디 셔먼 1
1. 다중인격
Cindy Sherman, Untitled Film Stills #21, 1978 (사진출처: Artlead)
한 여배우의 사진같기도 하고 어떤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기도 한 이 사진은 신디 셔먼 자신이 분장해 찍은 것이다. 영화 여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타입으로서 자기 초상을 보여주는 이 ‘무제 영화 스틸(Untitled Flim Stills)’(1977-1980) 시리즈로 셔먼은 포스트모던 아트의 대표적인 작가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셔먼은 1977년 경부터 B급 영화나 TV의 멜로 드라마 같은 장면을 이용한 사진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해서 포르노 잡지, 패션 광고 사진 등 다양한 대중문화 이미지의 문맥을 빌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Cindy Sherman, Untitled Film Stills #28, 1979 (사진출처: WikiArt)
사진 속 공간을 마치 무대처럼 생각하고 자기 자신은 그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그런데,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로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키며 작업하면서 찍은 작품들이 자신의 주관적인 자화상이 아니다라고 셔먼은 말한다. 그것은 자화상 이상의 의미였다. 작품 속 다양한 여자들의 정체성이 그 속에서 객관화되어 있다.
다음으로 셔먼은 거장의 작품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History Portraits, 1989-1990)을 흉내냈다.
Cindy Sherman, Untitled #224, 1990 (사진출처: MoMA)
이것은 ‘천재다’, ‘광인이다’ 처럼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16세기에서 17세기의 전환기에 로마를 중심으로 이탈리아에서 활약한 바로크 회화의 개척자라 불리는 카라바지오의 그림을 흉내낸 것이다.
Caravaggio, Young Sick Bacchus,1593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셔먼은 이렇게 의도적으로 인위적인 방식을 사용해 서양의 전통적인 초상화 형식에 맞서 옛 거장의 작품을 패러디했다. 중고 시장에서 구매한 옷가지와 가발, 다양한 액세서리 등으로 제작한 의상을 입고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를 넘나들며 귀족, 심지어 성모 마리아까지 구현해냈다.
셔먼의 이런 모방은 단순한 미적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주체의 형성과 관계되는 기능을 수행하는 행위다. 그래서 ‘역사 인물화’ 시리즈를 통해 셔먼은 포즈, 시선, 헤어스타일, 의상 등 전통적 코드와 스타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위트있게 패러디함으로써 그녀만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신디 셔먼은 또한 우스광스러운 광대(Clown, 2003-2004), 또는 남성(Men, 2019-2020)의 형상의 사진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끌어냈다.
Cindy Sherman, Untitled, 2004 (Clown Series) (사진출처: Malba)
2003년 신디셔먼은 VOGUE 잡지의 게스트 에디터로 초대받았다. 이 때 첫 디지털 작업으로 ‘광대’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 시리즈는 수동 카메라를 통해 촬영해서 배경 색상 및 패턴의 조합은 디지털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광대는 화려한 가발이나 모자를 쓰고 다소 과하다 싶은 대담한 분장으로 과장된 입, 커다란 눈과 코를 드러낸다. ‘광대’ 작업을 할 때 셔먼이 입은 의상은 스퀘어 댄스(square-dancing) 복장을 기반으로 한 중고 제품을 리폼한 것이다. 남자의 모습을 한 광대, 또 여자 광대, 그리고 중성적인 캐릭터의 광대도 있다.
광대의 특징을 희화화해 서커스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를 확장시키고, 행복하고 즐겁고, 슬프고 우울한, 또 잔혹하고 비극적인 여러 감정을 동시에 지니는 광대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셔먼은 유머와 공포가 공존하는 이중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Cindy Sherman, Untitled #615 (2019).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사진출처: Artnet News)
여러 겹으로 윤곽이 겹쳐 보이는 이 남자 사진은 세상 어디엔가 실존할 것 같은 또 다른 하나의 인간 모습이다. 셔먼은 인스타그램 및 얼굴 보정 필터를 활용해 남성으로 분장하고 여성상과 남성상의 전형에 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적 정체성 탐구 그리고 ‘자아’ 개념의 재정립 등을 통해 셔먼은 이렇게 미디어 이미지의 침투에 의해서 무한하게 변모해가는 다중인격적인 자신을 표현해냈다. 이 다양한 사진이 신디 셔먼의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그는 변신을 감행한다.
그런데, 이 수많은 자신을 담은 작품속에서 셔먼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은 하나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셔먼은 신체를 통한 초상 사진 작업을 통해 다양한 페르소나를 창출함으로써 도대체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것일까?
2. 정체성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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