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364
예술의 역할; 신디 셔먼 4
4. 예술의 역할
1) 시대를 반영하라
지난 7월 한국에서 이슈가 되었던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 그리고 일반 사람들에게 진정한 교사와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생각하게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즉 라깡의 상징계에서 우리는 주워진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개개인에게 맡겨진 역할을 잘 해냈을 때 우리 사회는 안정적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이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것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현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어디까지가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인가? 그것을 누가 정하나? 또 누군가가 정해 준 그 역할에 우리는 의문을 제기할 수는 있는 것인가?
예전에 많은 예술가들은 미를 추구하면서 세상을 더 멋지게 만들고 싶어했다. 그러나, 신디 셔먼은 달랐다. 셔먼은 예술가로서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싶었다.
뉴욕 주립대에서 회화를 전공하면서 미술계에 첫 발을 내딛은 신디 셔먼은 시선을 잡아끄는 이미지를 창작하면서도, 끊임없이 이미지의 허구성과 현실과의 괴리를 추구했다.
대학 시절 접했던 사진 강좌와 로버트 롱고(Robert Longo, 1953-)를 비롯한 동료들과의 만남, 그리고 대안 공간 할워스(Hallwalls)에서 쌓은 미니멀 아트와 퍼포먼스 아트를 비롯한 개념 미술에 대한 인식은 이후 그녀의 시리즈 작업 제작의 밑거름이 되었다.
2017년 셔먼은 W 잡지(W Magazine)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계획된 솔직한 사진"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양한 사진 보정 앱을 이용해 인스타그램(Instagram) 초상화를 만들었다.
Facetime with Cindy Sherman: The Artist on Her “Selfie” Project for W (사진출처:W Magazine)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필터를 활용한 ‘셀피(selfie)’를 통해 스스로의 초상을 태피스트리 형식으로 만드는 시도도 했고, 벨기에 공방에서 제작한 태피스트리 형태의 자화상을 2019년부터 전시하기도 했다. 이 태피스트리는 그녀의 예술적 레퍼토리에 최초로 사진이 아닌 새로운 차원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Cindy Sherman, Untitled, 2021. Cindy Sherman / Sprüth Magers / Metro Pictures New York
(사진출처:Designboom)
셔먼은 면, 울, 아크릴, 그리고 폴리에스테르 천에 다양한 눈, 악세사리, 머리 색깔 등을 하고는 조작된 여러가지 얼굴 표정과 다른 젠더를 각기 다르게 표현되는 캐릭터로 드러냈다. 이러한 그녀의 시도는 자화상 작업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제공하기도 했다.
2) ‘엿 먹어!’라고 말하라
작업들을 통해 정체성과 자아 재정립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는 셔먼은 자신의 삶에 대한 모험에의 소명, 즉 ‘자아의 각성(awakening of the self)’의 단계와 함께 시작해 나아가 변용의 신비를 경험하고 있다. 조셉 캠벨은 ‘신화의 힘’에서 이것이 완성되면 곧 죽음과 탄생에 이르는 정신적 통과 의례 혹은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고 말했다.
Cindy Sherman, Untitled #122, 1983 (사진출처:MutualArt)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한 쪽 눈은 머리에 가려진 채 한 쪽 눈만 어떤 것을 강하게 응시하고 있는 이 사람은 무엇가를 단호히 결심한 듯 하다. 어떤 것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듯 단단히 꼿꼿히 서서 강렬한 눈빛으로 ‘엿 먹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Cindy Sherman, Untitled #206,1989 (사진출처: Artnet)
이 작품 속 셔먼은 성직자나 수도자로 분장하고 사진을 찍었다. 조금은 인위적인 분장에다가 기존 명화에서 압도감을 표현하려는 듯 검은 배경을 그로테스크한 느낌이나 이질적인 느낌으로 표현했다. 이 같은 셔먼의 시도도 이상적인 권위, 이미지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걸작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뉴욕타임스의 수석 미술 비평가 마이클 키멜만은 저서 ‘우연한 걸작’을 통해 “세상을 향해 가끔은 ‘엿 먹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라고 했다.
이처럼 셔먼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여기며 성차별주의를 공격하고, 세상에 대한 정치적 관점을 자신의 작품이 대신 말하게 하고 있다.
3) 기쁨을 느끼게 하라
Cindy Sherman, Untitled #362, 2000 (사진출처:MutualArt)
앞으로 조금 튀어나와 있는 누런 이빨, 진한 회색의 머리깔, 그리고 눈 밑에 있는 다크 서클은 현 시대의 아름다운 여성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셔먼은 가지런한 이빨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며 자신만의 아름다움에 활짝 웃고 있다.
마이클 키멜만은 창작은 물론이고 수집, 심지어 예술을 감상하는 행위까지도 중독에 가까운 열정을 통해 걸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예술을 염두에 두고 가까이하는 삶 그 자체가 하나의 걸작이라는 것이다.
‘우연한 걸작’ 속 치과 의사 힉스는 자신의 집 지하실에 우연히 7만 5000점에 이르는 전구와 전구 관련 물품을 모아 개인 박물관을 만들었다. 여기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70년에 걸쳐 그가 모은 전구들을 무료로 볼 수 있었다.
하나 하나로는 그저 작은 전구나 물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 힉스의 열정과 헌신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이 걸작이 되었다. 이것들은 사물을 깊이 있게 보게 하기도 했고 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쁨을 느끼게도 했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다. 또 이것이 마이클 키멜만, 그리고 셔먼이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이다.
5. 예술가의 역할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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