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368
요즘 예술 트렌드 - ‘Identity’
아이덴티티(identity), 즉 정체성(正體性)은 존재의 본질 또는 이를 규명하는 성질이다.
포르티아 즈바바헤라(Portia Zvavahera)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에서 선보인 작가 포르티아 즈바바헤라의 작품에는 고유한 실체로서의 그녀의 정체성이,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의 정체성이 그녀만의 주관적 경험을 통해 함의되어 있다.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98년 독일 쾰른에서 시작해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갤러리로 떠오르고 있는 스푸르스 마거스(Sprüth Magers) 갤러리에서 선보인 대표적 작가는 조지 콘도(George Condo, 1957-)와 이미지, 글자와 기술을 소통의 도구로써 사용하는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다.
프리즈 런던 2023에서 선보인 Barbara Kruger 작품 ((사진출처: Art Observed)
나는 2017년 스위스 아트 바젤의 ‘언리미티드’ 섹션에서 눈에 확 들어왔던 한 작품이 떠올랐다.
바로, 대형 빨간 간판에 큰 흰 글자들이 있는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이었다.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은 이렇게 어딜가나 눈에 확 띄게 크고, 흰색, 빨간색, 검정색을 이용해 아주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는 이런 그만의 랭귀지로 개념미술을 하고 있는 예술가로, 작품을 통해 권력의 문제, 즉 젠더, 인종 등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다루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정체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작가다.
그리고 미국의 1세대 여성주의, 즉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미술가이기도 하다. 이제는 현대 미술계의 거장으로 꼽힐 정도로 현대 미술계에서 단단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필립 거스톤(Philip Guston)
취리히에서 출발해 현대 미술계를 이끄는 톱 갤러리가 된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갤러리에서는 미국 추상은 사기라고 폭탄 발언을 했었던 캐나다계 미국 예술가 필립 거스톤(Philip Guston, 1913~1980)을 선보였다.
프리즈 런던 2023에서 선보인 Philip Guston의 작품 (사진출처: Frieze)
2023년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에서 필립 거스톤의 작품 중 하나는 약 8억, 또 다른 하나는 약 3억에 팔렸다. 필립 거스톤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숨김없이 과감하게 보여주고, 인종차별과 폭력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진솔하고 진지한 작가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또한,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갤러리에서는 프랑스계 미술 예술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와 2016년 미국 예술 내셔설 어워드를 받은 화가이자 조각가인 잭 휘튼(Jack Whitten, 1939-2018)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Louise Bourgeois, Knife Couple, 1949. © The Easton Foundation/VAGA at ARS, NY. Courtesy of Hauser & Wirth.(사진출처:Artnet)
루이즈 부르주아의 조각은 2023년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에서 약 41억원에 판매됐다. 이 청동 스테인레스 스틸 조각은 1949년도에 처음 제작되었다가 1990년에 발표된 루이즈 부르주아의 잘 보기 힘든 초기 작품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 상상이 자신을 작가로 만들었다고 말했던 루이즈 부르주아는 치유 미술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들은 한 마디로 그 자신의 다양한 모습과 경험이다. 그는 자신의 어두운 상처와 두려움, 불안한 경험을 예술로 표현함으로써 마침내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잭 휘튼(Jack Whitten)
Jack Whitten, Atlantis Rising,1966 (사진출처:Ocula)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페인팅은 잭 휘튼의 작품으로, 이번 2023년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의 동시대 작품 섹션에서 한화 약 13억 원에 팔렸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써 늘 흑인과 공동체적인 삶에 관심이 많았고, 경험을 통해 다양한 자신의 페르소나를 형성하고 표현했던 작가다.
로버트 라우젠버그(Robert Rauschenberg)
1983년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해 런던, 파리, 잘츠부르크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2021년 10월 유엔빌리지 인근에 위치한 포트힐 빌딩에 서울 지점도 연 국제적인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갤러리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작가들과 젊은 작가, 예를 들면 영국 작가 맨디 얼사예, 그리고 오스트리아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로버트 라우젠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2008)의 1984년 작품을 선보여 약 18억 2천만 원에 팔았다.
로버트 라우젠버그는 대중 문화와 매스 미디어, 그리고 역사에 관심을 두고 그 속에 존재하는 오브제를 활용해 자신만의 생각을 드러내는 미국 작가다. 그는 조각과 페인팅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면서 일상적인 물건을 예술의 소재로 포함 시킨 작품인 ‘컴바인즈 (Combines)’ (1954-1964)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일생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산품과 같은 오브제들을 회화적 요소와 통합시킴으로써 예술과 삶의 거리도 좁혀 나갔다. 그는 삶도 예술도 만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주변의 세계와 관찰자와의 지속적인 대화속에 존재하는 영역 사이를 오가며 이런 자신의 믿음을 작품을 통해 여실히 드러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그리고, 독일의 나아가 유럽에서 신 표현주의를 이끄는 중심에 서 있는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의 2023년 작품이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갤러리에서 약 17억원에 팔렸다.
Georg Baselitz, Besuch in Dinard, 2023 © Thaddeus Ropac (사진출처:ARTnews)
게오르그 바젤리츠는 나이가 들수록 인간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확신이 점점 더 강해진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이 가슴에 품은 것은 숨겨서도, 억제해서도 안 된다고 하면서 자신도, 자신의 경험도, 또한 시간도 모든 걸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놔두며 그것을 표현하고 있다.
하메드 마이예(Hamed Maiye)
런던을 기점으로 실험적 예술가들과 전통적 갤러리 시스템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면서 유색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할레스덴(Harlesden) 하이 스트리트 갤러리는 2023년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에 처음 참가해서, 하메드 마이예(Hamed Maiye)와 마티아 과네라맥카시(Mattia Guarnera-MacCarthy)의 작품을 선보였고 모두 완판됐다.
Harlesden High Street’s booth at Frieze London, 2023. Photo by Linda Nylind. © Frieze.
이 작품들은 1988년부터 2008년동안 미국 TV 에서 방영된 주니어 크리스찬 티칭 바이블 레슨 쇼를 묘사하도록 디자인된 것으로 프리즈 런던 페어가 시작되자마자 10분 만에 솔드아웃되었다.
하메드 마이예(Hamed Maiye)는 신화학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 인류학에 대해서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듯 우화적 시나리오를 이용해서 관람객들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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