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372 – 예술 트렌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4. 대세 만들기
2023년 10월 8일부터 2024년 2월 17일까지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는 ‘퐁텐블루의 피카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피카소하면 떠오르는 입체주의 그림과는 좀 다르다.
Pablo Picasso. Three Women at the Spring. Fontainebleau, 1921 (사진출처: MoMA)
이것은 피카소가 1921년 프랑스 퐁텐블루의 빌라를 임대하여 7월부터 3개월간 머물며 차고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피카소는 1차 대전 이후 신고전주의를 보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었다.
그럼, 피카소의 입체주의는 무엇인가? 20세기 초반에 시작된 서양 미술 사조 갈래 중의 하나로 피카소가 폴 세잔의 회고전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시작됐으며, 동시대의 많은 예술가들이 다양하게 시도한 사조다.
예술가들은 르네상스 이후 사실주의 전통과 그에 따른 원근법, 명암법, 다양한 색채, 그리고 감성적 표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썼다. 그 중에서 사물의 본질을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방향에서 본 모습을 한 화면에 재구성한 시도가 바로 입체주의다.
Pablo Picasso, Girl With Mandolin, 1910 (사진출처:Fine Art News)
이 그림은 피카소가 입체주의에 집중했던 1907년에서 1912년 사이 그린 것으로, 입체주의 형식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다.
1932년 작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의 경우도 위 피카소의 입체주의 작품 ‘Girl With Mandoli’와는 다르다. 이것은 1930년대부터 새로운 초현실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아 그린 작품이다.
초현실주의는 비이성적이고 무의식적이며 몽환적인 것을 강조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
Pablo Picasso, Nude, Green Leaves, and Bust, 1932 (사진출처: Fine Art America)
위의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도 다른 피카소의 초현실주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환상적인 이미지와, 방향감각의 상실, 그리고 모호함까지 담겨져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피카소의 그림 스타일의 전환기의 작품으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함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소장 기록도 아주 확실하고, 전시 기록이나, 마리-테레즈 월터와 관계라는 그림 속 뒷이야기까지, 모든 것이 US $106.5 Million(한화 약 1427억원)만큼의 피카소의 비싼 작품으로써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런 작품이 미술 시장에 나올 확률은 희박하다.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도 1951년 $19,800(한화 약 265만원)으로 개인이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가 2010년 뉴욕 소더비를 통해 59년 만에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말은 미술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유명한 작가의 이런 완벽한 조건의 작품이 나왔을 때 ‘꾼’들은 망설임없이 행동한다. 지갑을 활짝 열어 쨉싸게 움직인다. 그리고 이것은 미술 경매나 시장의 새로운 기록을 만들게 된다.
갱신된 기록은 미술계에서 이슈가 되고 이 예술가의 이름과 작품이 다시 거론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해서 대세와 트렌드가 생겨난다.
물론 이런 대세 만들기는 이미 죽은 유명한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시각 예술가이자 작가인 로니 혼(Roni Horn, 1955-) 작품의 경우, 이번 ‘파리 플러스 파’에서 하나는 약 19억 원에 또 다른 하나는 약 17억 원에 팔렸다.
Roni Horn, Untitled, 2013-17 (사지출처: Art Basel)
17억 원의 이 작품은 BTS의 RM이 최근 구매한 로니의 작품보다 약 1억 3천 만원 정도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살아있는 작가일지라도 이슈가 될 수 있고, 이렇게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 그 다음 작품은 또는 이 작품이 다시 미술 시장에서 거래가 될 때는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트렌드를 만드는 미술 시장과 ‘꾼’, 그리고 미디어는 이렇게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
Roni Horn, Double Mobius, v. 2, 2009/2018 © Roni Horn. Photo: Marc Domage. (사진출처:Le Monde)
우리는 먼저 ‘꾼’들의 움직임을 보고 지금과 앞으로의 트렌드, 대세를 읽고 예감할 수 있다. 이게 가능해지면, 그 다음은 우리도 대세를 만들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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