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377
뱅크시는 성공한 예술가가 아니다? - 뱅크시 2
2.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Nobody likes me)’
어떤 예술가가 성공한 예술가인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인기가 있으면 성공한 건가? 성공한 예술, 성공한 예술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예술가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 자체도 단순하지 않다. 대중이 좋아한다고 좋은 예술이라고도, 또는 성공한 예술가라고도 말하기 어렵다. 특히나 좋은 예술과 성공한 예술은 종종 어긋나는 경우가 더 많다.
성공은 외부적으로 트렌드, 유행과 많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 유행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변한다. 그래서 어떤 예술가는 살아서 인기가 많은데 죽어서 잊혀지고, 또 어떤 예술가는 살아서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죽어서 사랑받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성공의 외부적인 또 다른 요인으로 물론 돈을 빼놓을 수 없다. 보통은 돈을 많이 벌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돈을 많이 번 부자들은 자신들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번에는 내부적으로 예술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성공이라는 것을 규정할 때 스스로의 만족감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자신에 대한 만족감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하는 명성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내부적인 만족감도 대개는 외부적인 평가에 좌지우지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있으니 성공을 단정짓기도 또 성공한 예술을, 그리고 성공한 예술가를 정의내리기가 쉬울 수가 없다.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그러니까,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으면 만족감이 올라가고 그래서 성공한 예술가가 됐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으로 보자면 뱅크시는 성공한 예술가라 하기 힘들 것 같다.
그는 돈과 상관없이 꾸준히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그의 행보는 아주 파격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그의 작품의 가격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돈을 많이 버는 예술가인가? 그렇지 않다. 그 자신은 작품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지 못하다.
그는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행위예술, 그래피티 예술가로 건물 벽 등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그림을 그리고 사라져 아직도 그 정체가 베일에 쌓여 있는 작가다.
Banksy, Nobody likes me (사진출처:Surrey Now-Leader)
이렇게 그가 얼굴없는 예술가를 표방하다보니 저작권을 제대로 보호받을 수가 없어 전시회조차 그의 허락없이 진행이 가능한 상태이다.
이미 그가 그린 그림이 담긴 벽이 뜯겨져 경매에 부쳐지거나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뱅크시 이름으로 전시회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뱅크시 자신을 제외하고 그의 작품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는 미술 시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관, 갤러리, 그리고 컬렉터에게 모두 등을 돌렸다. 세계 유명 미술관이 전시를 열어주겠다고 해도 거절하고, 유명 갤러리가 전속 작가를 제안해도 거절했다.
뱅크시의 첫 시작은 1990년대 영국 브리스톨에서였다. 그는 그래피티를 통해 정치, 사회, 자본주의, 전쟁에 대한 풍자적인 메시지를 담아왔고, 그런 그의 작업은 단숨에 유명해졌다.
Banksy, Stop and Search, 2007 (사진출처:Banksy)
그는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업적인 미술계를 망설임없이 강하게 비난했다. 뱅크시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 (Girl with the Balloon)’가 경매장에서 분쇄되면서 파괴된 것도 이런 그의 의도가 담겨진 것이다.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동네의 좋은 벽(wall)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입장료를 낼 필요도 없다.”
– 뱅크시 -
Banksy, Flower Thrower, 2003 (사진출처:Wikipedia)
3. '위임된 의회 (Devolved Parliament)’
'풍선을 든 소녀’로 소더비 경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후 1년이 지나서, 그의 이름은 또 한번 뉴스에 등장한다. 뱅크시의 2009년 작품인 '위임된 의회 (Devolved Parliament)’가 2019년 10월 3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 부쳐졌다.
이 작품은 뱅크시가 2009년 브리스틀 박물관 및 미술 갤러리에 전시한 것으로 2019년 3월 29일 브렉시트 예정일을 앞두고 다시 브리스틀 박물관에 전시됐다.
Banksy, Devolved Parliament, 2009 (사진출처: Sotheby’s)
경매에 앞서 2019년 9월 28일부터 일반에 공개된 이 작품은 영국 하원을 그린 것이지만 하원에는 의원들이 아닌 100명의 침팬지가 앉아있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브렉시트 결정 후 혼란에 빠진 무능한 영국 정부를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한 작품이다.
Devolved Parliament(2009)의 부분 (사진출처: Banksy Explained)
소더비 유럽 현대미술 부문 책임자인 알렉스 브란식은 뱅크시를 "현대판 볼테르"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어느 쪽에 있든지 간에 모두가 이 작품이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을 담아내고 있고 뱅크시가 우리 시대의 풍자적인 논객이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 작품은 200만 파운드(약 34억원) 가까이에 팔릴 것이라고 추측되었다. 하지만, 예측했던 낙찰 금액의 5배에 이르는9,879,500 파운드(한화 약 168억 원)에 낙찰되면서 뱅크시 작품 낙찰가의 신기록을 세웠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뱅크시는 자신의 SNS에 "내가 아직 저걸 갖고 있지 않아 애석할 뿐"이라는 글만 남겼다.
희한하게도 그가 권력자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하면 할수록 더욱 유명해지고, 예술의 상업화에 반발하면 할수록 그의 작품들은 계속해서 최고가를 갱신한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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