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백성에게 시간을 나눠준 오목해시계
“무지한 남녀들이 시각에 어두우므로 앙부일구 둘을 만들고 안에는 시신(時神)을 그렸으니, 대저 무지한 자가 이를 보고 시각을 알게 하고자 함이다. 하나는 혜정교(惠政橋) 가에 놓고, 하나는 종묘 남쪽 거리에 놓았다.” 이는 《세종실록》 77권, 세종 19년(1437) 4월 15일 기사로 ‘앙부일영(仰釜日影)’으로도 불리는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인데 우리말로는 ‘오목해시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을 보면 글자를 모르는 백성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오목해시계 안에 12지신 그림을 새겨 넣어 시간을 잘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다시 말하면 그때 양반들만 알던 한자로 써놓으면 한자를 모르던 백성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을 묘시(卯時) 곧 새벽 5~7시는 토끼, 진시(辰時) 곧 7~9시는 용, 사시(巳時) 곧 9~11시는 뱀, 오시(午時) 곧 11~1시는 말, 미시(未時) 곧 낮 1~3시는 양, 신시(申時) 곧 3~5시는 원숭이, 유시(酉時) 곧 저녁 5~7시는 닭 그림으로 표시해 놓은 것이다.
당시 시간을 측정하고 알리는 것은 임금 고유 권한이었다. 그런데도 세종은 오목해시계를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게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혜정교(현재 교보문고와 광화문우체국 사이에 있던 다리)와 종묘 남쪽 길가에 세우고 시간을 백성들이 스스로 알 수 있게끔 나눠 주었다.
따라서 이 오목해시계는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9년 전에 글자를 모르는 백성을 위해 만든 훈민정음에 버금가는 값어치를 지닌 시계이다.
그런데 세종 때의 오목해시계가 남아 있지 않은데 지금 전해져 보물로 지정된 오목해시계들에는 이런 그림이 있지 않아 원래 세종의 뜻이 살아있지 못한다.
<글: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제공>
한국 유로저널 노영애 선임기자
yanoh@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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