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논의에 한인들 우려 깊어
한국 정부의 대처, '미온적, 소극적, 소녀상 존립에 필요한 국제적 지지 이끌어내는 데 부족 평가 받아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또다시 철거 논의에 휘말리며 우려를 낳고 있다.
▲ 수원시 독일 베를린-모아빗의 평화의 소녀상 ⓒ코리아협의회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은 최근 일본을 방문해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요코 외무상은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그너 시장은 양국의 오랜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베를린과 도쿄의 파트너십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언급하며 “소녀상이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하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관련된 모든 당사자, 특히 해당 구청과 연방정부와의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변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기념비를 지지하지만, 편향된 시각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문제를 논의하는 데 일본 대사를 참여시킬 것이라고 밝혀, 베를린 소녀상의 철거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은 2020년 9월 미테구에 설치되었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상징적인 기념비로 자리 잡았다.
설치 직후 일본 정부는 강력하게 철거를 요구하며 외교적 압력을 가했고, 설치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미테구청은 철거 명령을 내렸다.
시민사회의 반발로 철거는 잠정 보류되었고, 현재까지 소녀상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설치 기간을 연장해 가며 영구 존치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중에 나온 베를린 시장의 발언은 더욱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독일 내에서 소녀상 철거 논란은 베를린뿐만이 아니다.
2016년 프라이부르크에서 유럽에서 처음으로 소녀상 설치가 논의되었으나, 일본의 강한 반발로 인해 2019년 설치 계획이 무산되었다.
당시 일본 정부와 현지 일본인 단체들은 프라이부르크시에 강력히 항의하며 소녀상 설치를 막았다. 수원시와 프라이부르크시의 합의로 추진된 소녀상 설치 계획은 결국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고 말았다.
▲ 디터 잘로몬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 ⓒ수원시
카셀 주립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23년 3월, 카셀 주립대에 설치된 소녀상이 기습 철거되었다.
당시 카셀대 총학생회는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소녀상이 철거되었다고 밝혔으며, 현지 시민단체와 한국 교민 사회는 강력히 항의했다.
이 소녀상은 전시 성폭력 문제를 환기하고 여성 인권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학생회의 의결을 거쳐 설치되었으나, 일본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인해 철거된 것이다.
▲ 카셀 대학 평화의 소녀상 누진 (철거직전 사진)
▲ 평화의 소녀상의 철거된 자리 ⓒ코리아협의회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외교적 압력을 행사해 왔다.
반면, 한국 정부의 대처는 상대적으로 미온적, 소극적이며, 소녀상의 존립을 위해 필요한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부족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과 시민사회도 소녀상 철거를 통해 역사적 과오를 부정하거나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에 맞서, 평화의 소녀상이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라 전 세계 여성 인권과 평화를 위한 상징임을 알리는 역사적 책임에 직면하고 있다.
독일 유로저널 여명진 기자
mjyeo@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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