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에서 이도령은 ‘개구멍서방’이었다
“내 마음대로 할진대는 육례를 행할 터이나, 그러덜 못 하고 개구녁서방으로 들고 보니 이 아니 원통하랴? 이얘 춘향아, 그러나 우리 둘이 이 술을 대례 술로 알고 묵자.” 이는 《열녀춘향수절가》 곧 《춘향전》에 나오는 대목으로 “이 도령이 춘향 어머니에게서 혼인 승낙을 받은 뒤 마음 같아서는 정식 혼례 절차를 갖추고 싶으나 그렇지 못하고 합방을 하니 안타깝다.”라는 말이지요.
▲ 개구녁서방으로 들고보니, 이 아니 원통하랴?(그림 이무성 작가)
여기서 ‘개구녁’은 ‘개구멍’의 사투리인데 ‘개구멍’은 울타리나 담장 밑으로 남몰래 드나들 수 있도록 허술하게 낸 구멍이나 통로를 뜻하기 때문에 ‘개구멍서방’이란 떳떳하게 예식을 치르지 않고 남몰래 드나들면서 여자를 만나는 짓, 또는 그런 서방을 뜻한다.
그런데 이 ‘개구멍’과 덧붙여진 말로 ‘개구멍바지’, ‘개구멍받이’ 같은 말도 있다.
여기서 ‘개구멍바지’는 오줌이나 똥을 누기에 편하도록 밑을 터서 만든 5~6살 어린아이가 입던 한복바지를 이르고, ‘개구멍받이’는 “남이 개구멍으로 밀어 넣은 것을 받아 기른 아이”를 이른다.
예전에는 아이를 낳고도 가난 때문에 키울 수가 없어서 형편이 나은 집 개구멍에 갓난아이를 밀어 넣는 일이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말에는 ‘개구멍서방’과 비슷한 ‘구메혼인’이란 말도 있다.
“구메”란 “구멍”의 옛말로 이는 혼인예식 곧 육례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널리 알리지도 않고 하는 혼인이란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육례를 올리지 못했을 뿐 ‘개구멍서방’과 같은 좋지 않은 뜻은 없다.
홍명희 소설 《임꺽정(林巨正)》에는 “또 대사를 지내는 주삼의 집이 외딴집일 뿐 아니라, 가근방(부근)에 사는 주삼의 결찌(친척)가 많지 못하던 까닭에 대사의 구경꾼도 몇 사람이 못 되었다. 말하자면 구메혼인이나 별로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라는 대목이 보인다.
<기사: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제공>
한국 유로저널 노영애 선임기자 yanoh@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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