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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불법체류자 위한 의료지원 개혁 논란 재점화

오랫동안 우파와 극우파의 비판을 받아온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위한 의료지원 제도’(AME: Aide Médicale d’État)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AME는 프랑스에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최근 내무부 장관 브루노 르타이오가 이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연구한 다수의 보고서는 르타이오 장관의 주장과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르타이오 장관은 TF1 방송에 출연해 AME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프랑스가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이러한 혜택들이 프랑스를 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매력적인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즉각 좌파와 전 대통령 다수파 내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AME 제도란 무엇인가?

AME는 2000년 리오넬 조스팽 정부 시절 도입된 제도로, 최소 3개월 이상 프랑스에 체류한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도 100%의 의료비 지원을 보장한다. 이 제도는 일반적인 질병, 임신, 치과 치료, 그리고 안경 장비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포괄하며,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 기준에 따라 비용이 지원된다.

우파와 극우파는 이 제도가 불법 이민을 부추긴다며 지속적으로 폐지를 주장해왔다. 2023년 이민법 개정 논의 당시, 우파는 AME를 긴급 의료지원 제도로 축소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해당 개혁안은 최종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2024년 여름 전까지 AME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후임 총리 가브리엘 아탈 역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전문가들의 강력한 반발

르타이오의 개혁 발언에 대해 전·현직 보건부 장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보건부 장관을 지낸 프랑수아 브라운은 “AME를 개혁하는 것은 공공보건에 매우 어리석은 결정일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BFMTV와의 인터뷰에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COVID-19와 같은 전염병은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만성질환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더 복잡한 질환으로 이어져 결국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보건부 장관을 지낸 오렐리앙 루소는 소셜 미디어 X를 통해 “AME는 불법 이민의 주요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히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극우파의 눈치를 보며 개혁을 언급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보건부 장관을 역임한 아그네스 피르민 르 보도 역시 스테파니니 보고서를 인용하며 “AME는 이민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이 아니라 공공보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AME, 건강이민의 요인이 될 수 없어

2022년 2월 발표된 CNRS 연구에 따르면, 불법 체류자 중 의료 서비스를 위해 프랑스로 온 사람은 단 9.5%에 불과하다. 또한 AME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절반가량이 혜택을 청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3월, 당시 Médecins du Monde 회장이었던 플로렌스 리갈은 “혜택을 받지 않는 비율이 약 49%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2023년 기준, 약 46만 6천 명이 AME 혜택을 받고 있으며, 연간 총비용은 약 11억 4,100만 유로로, 이는 프랑스 건강 지출의 0.5%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루노 르타이오의 개혁 시도는 정부 내에서 의견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며, 공화당과 마크롱 정부 간 동맹에도 균열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프랑스 유로저널 정수진 기자 sjchung@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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