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NATO 지원 축소로 EU 방위 대응 필요성 증대
EU는 역내 방위비 증대 노력으로 2022년 이후 EU 나토 동맹국들이 방위비의 약 30% 증액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의 나토(NATO) 지원 축소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유럽연합(EU)의 군사적 독립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U는 미국의 물류 및 군사적 지원 없이 외부 위협에 독자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나, 현재로서는 EU의 자체 대응 능력이 부족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지언론과 기관의 자료를인용한 유럽KBA에 따르면 나토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유럽 지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세부적인 군사 계획을 수립했다.
신속 대응을 위한 ‘新군사모델(New Force Model)을 도입해 10일 이내에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2022년 이전 나토 계획보다 두 배 많은 병력을 다섯 배 더 빠르게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 계획은 미국의 군사 지원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고, EU 역내 나토 동맹국들의 군사적 준비 상태 역시 미국의 지원 없이는 충분하지 않은 상태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F-35 전투기는 나토 항공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2030년대 중반까지 EU 역내에서 500대 이상의 전투기가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나토의 대규모 물류와 병력 이동을 지원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C-17 화물기 등의 미국 주요 군사 자산은 대체가 거의 불가능해, 이러한 미국 자원의 부재가 나토 작전 효율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U는 역내 방위비 증대 노력으로 2022년 이후 EU 나토 동맹국들은 방위비를 약 30% 증액하여 총 4,760억 달러를 분담했으며, 금년 6월 기준으로 EU의 연총산액(GDP) 대비 방위비 2% 목표를 달성한 국가는 32개 회원국 중 23개국으로, 이는 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그러나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단순히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미래 군사적 도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은 방위비를 GDP의 2.5%로 증액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시행 시점을 밝히지 않았고, 이탈리아, 폴란드 및 그리스 등은 EU가 공동 채권을 발행해 방위비를 조달하자고 제안했으나 독일과 네덜란드가 이에 반대하는 등 회원국 간 정치적 의견차가 심화 중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최근 보고서에서 “EU 역내 나토 회원국들이 나토의 의무를 충족하려면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부족한 핵심 역량을 보완하며, 군사 및 방위 산업의 혁신을 위해 장기적인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며 경고했다.
한편, 프랑스는 최근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에서의 비EU 기업에 대한 자금 사용 제한을 완화하고, EDIP 자금의 최대 35%를 비EU 기업의 방산 제품 구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안을 지지했다.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이란 EU 방위 산업의 공급망 문제를 개선하고, 무기 공동 생산과 조달을 통해 상호 운용성을 높이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기금으로, 현재 2027년까지 15억 유로가 배정되어 있다.
이는 그 동안 EU 방위 산업이 EU 역내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야 할 것을 주장하며 비EU 기업의 참여를 반대해 온 프랑스가 미국의 군사 지원 축소 가능성을 고려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계획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국가들의 의견을 포함하여 EU이사회순회의장국인 헝가리가 제안한 것으로, 2025년 초 유럽의회에 제출되기 전까지 협상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shkim@theeuro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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