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최신 우주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주는 그냥 그렇게 팽창하고 있을 뿐 스스로 팽창하고 있다는 것도, 또 왜 팽창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무한한 우주 허공에 있는 수많은 별들도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제 자리를 정확히 지키며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있는 만물만상도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숲 속에 나무도 이름 모를 들꽃도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초원에서 으르렁 거리며 포효하는 사자도 나무 위를 달음질치는 다람쥐도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물 위를 한가로이 떠도는 백조도 하늘 높이 날며 사냥감을 노리는 독수리도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바다를 가르며 내달리는 돌고래도 먹이를 좇는 상어도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도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는 공기도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체는 살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개체는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가 서로를 살리면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 이것이 있는.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는. 그 덕분에 이 세상은 완전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채 그냥 존재하고 그냥 살고 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상 존재로서의 제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순리(=섭리)대로 존재하고(살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떠할까요. 사람들은 사는 것이 이렇다 저렇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존재로서 무엇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순리에 역행하는 일을 예사로이 합니다. 순리적으로는 해야 할 일도 귀찮거나 더럽고 힘이 들면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순리적으로 하면 안 되는 일도 득이 되거나 즐거움과 쾌락을 주는 일은 기를 쓰고 합니다. 만상만물은 존재의 의미를 모르면서 세상 존재로서 제 몫을 제대로 하는데 사람은 존재의 의미와 삶의 의미를 아는 것 같지만 알지를 못하고 세상 존재로서의 몫도 제대로 못합니다.
가롯 유다는 예수를 로마병사에게 팔았습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가롯 유다는 로마의 통치를 벗어나려고 하는 유대 독립당의 일원으로서 그렇게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롯 유다가 예수를 판 일은 기독교 성립의 단초가 되었습니다. 가롯 유다가 예수를 팔지 않았다면 예수는 죽지 않았을 것이고 사흘만의 부활이라는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므로 기독교는 탄생하지 못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가롯 유다는 유대 독립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였지만 그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석가모니가 열반의 길을 떠나 3개월째 되는 날 어느 작은 마을에 들렀는데 마을의 대장장이가 귀한 분이 오셨다고 내어놓은 돼지감자 요리를 먹고 토사곽란 끝에 열반하였습니다. 대장장이는 그냥 귀한 손님에게 정성껏 요리를 만들어 바쳤을 뿐 자기가 한 일이 석가모니의 예언을 실현시키는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를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