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드디어 첫 목적지 친퀘테레
해지는 노을과 함께 친퀘테레에 도착했다. 도로 표지판 옆에 금성과 목성이 보인다.
세스트리 레반테까지는 주요도로로 달려왔고 레반토까지는 주요도로에서 다소 떨어져 나오는 도로로 달려왔지만 친퀘테레는 이제 도로번호조차 없는 그런 산길 도로로 가야 한다. 그걸 방심한 걸까. 길은 거칠고 구불구불한 정도는 최고였다. 오르막길은 가파르기에 오르기 힘들고 내리막길은 위험하기에 힘들게 올라온 길에 대한 보상받을 길 없이 속도를 줄이며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0 km동안은 계속 산과 언덕길이었기 때문에 무릎이 많은 고생을 했고 지난 며칠간 약 백여 km동안은 왼쪽 무릎도 종종 아팠다. 자고 일어나면 무릎이 회복됐다가도 텐트 칠 무렵이면 다시 아파지는 것이 요즘의 일상 패턴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목도 상당히 안 좋다. 과연 자전거 여행을 완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로멜로와 세스트리 레반테에서 사람들을 조금 사귄 것 말고는 아직 제대로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었다. 이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삶을 배우며 미래에 내가 보다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자신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다. 나는 젊다. 여전히 많은 것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유연한 젊은 나이다. 분명 덴마크에서 1.5년간 살면서 수많은 것을 배웠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봤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피부로 느꼈다. 사람은 끊임없이 배운다고 한다. 이것은 비단 지식 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명 그 새로운 것, 예상치 못한 걸 깨닫는 것을 포함한다. 선입관이 아니라고 여겼던 것이 결국 선입관으로 밝혀지고, 고정관념을 이미 깼다고 싶었는데 여전히 고정관념 안에 앉아 있었다. 우물 안에서 벗어 나왔다고 여겼는데 여전히 더 넓은 우물의 울타리 안에서 놀던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 모든 우물을 뛰어 넘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보이지 않는 우물의 또 다른 울타리가 어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또 찾을 것이고 계속 뛰어 넘을 것이다. 그 숨겨진 우물의 울타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하든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대화해야 하는데, 여태 난 땀 흘리며 자전거 타고 텐트 칠 곳 찾아 돌아다닌 것 밖에 없다. 물론 이 자전거 여행도 정말 재미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일 텐트 칠 곳을 찾으며 자전거 타고 미지를 여행할까. 이 모험 자체가 신나고, 지금 이때 아니면 다시 하기 힘든 여행이다. 이것만으로도 즐겁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자전거 여행 배태랑 문종성씨의 말에 의하면 터키와 미국에서 자전거 타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현지인들에게 초대를 받는다는데, 지난 십일 일간 먼저 초대받아 본 적은 한 번도 없고 게다가 이탈리아 사람들은 영어도 못해 의사소통이 불편하다. 거지조차 영어를 꽤나 구사하는 덴마크와는 달라도 매우 다르다. (내가 영어라는 언어 자체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위치 선정이 잘못된 것인가? 이것도 경험이다. 분명 방법은 있을 것이고 터키나 미국에서 얻지 못하는 것을 여기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새롭게 생각하는 것이 카우치서핑(현지인 집의 소파에서 숙박비 없이 지내며 같이 음식을 해먹거나 이야기 하는 등의 교류를 하는 일. 현지인을 호스트라고 하고 방문하는 여행객을 카우치서퍼라고 한다.)이다. 서서히 카우치서핑의 이용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몬테로소 알 마레는 바다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에 신동네와 오른쪽에 구동네가 가운데 언덕을 하나로 나뉘는데 그 언덕의 바닷가 쪽 끝자락(좌표 44.144759,9.654456)에 텐트를 숨겨 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구동네에 자기가 운영하는 바(Bar, 술집 겸 카페)가 있고 와이파이가 있으니 언제든지 와서 와이파이를 즐기라고 초대했다. 그의 이름은 시모네(Simone)이다.
같이 사진을 찍은 후 기어이 잠에 든다.
즐겁게 인사 후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허락을 받은 후 건전지 충전기를 콘센트에 꼽고 넷북을 켰다. 그러는 사이 시모네는 물 한 병과 빵 몇 조각을 여자친구 몰래 가져다 줬다. 시모네와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지만 항상 여행객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음료 및 상품 구입에 상관없이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친절한 걸까 아니면 장사할 줄 아는 걸까. 시모네의 친절에 감격해 곧장 3유로짜리 친퀘테레 특산 와인 한 잔 시켰다. 화이트 와인으로 탄산이 좀 있고 맛이 달지 않고 독특했다. 이 맛에 익숙해지면 맛있게 마실 듯 하지만 아직은 친숙한 맛은 아니다. 근처에서 태어나 자란 시모네는 친퀘테레의 올리브, 와인포도 그리고 와인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친퀘테레에 도착하기 전부터 친퀘테레 와인 광고 또는 소개를 우연찮게 많이 접해서인지 친퀘테레 와인은 무언가 좋다는 무의식적 개념이 생겼던 것 같은데 막상 마셔보니 비전문가로서 그 가치를 인지할 수 없었다.
해안가의 연속한 다섯 동네이기 때문에 옆 동네로 가기 위해선 해안가 근처의 산책로 길로 가거나 들어왔던 번호 없는 도로로 다시 나갔다가 다시 두 번째 동네로 들어가는 “왔다갔다”를 반복해야 하는데, 작년 말 홍수와 산사태로 거의 모든 산책로가 닫혔고 심지어 그 번호 없는 도로들도 일부 막혀 지나갈 수 없고 위험하다고 여행 안내소에서 말해줬다. 그래서 처음으로 기차를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표를 구입해 보니 승차 플랫폼은 기찻길 건너라 지하도로 건너가야 한다. 그런데 장애인용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전혀 없다. 휠체어나 유모차는 기차 타지 말라는 것인가. 밀라노에서도 인도 턱에 경사로 없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 사실 밀라노에서 실망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탈리아를 떠날 때쯤 다시 회상해 보자. 좌우간 역시나 답답한 이탈리아 대책이 없는 나라다. 결국 기차를 눈 앞에서 그저 놓칠 수 밖에 없었다.
네 번째 동네 마나롤라 기차역의 지하도. 모든 짐을 실은 자전거와 함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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