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오후 수업이 있어 학교에 가던 길에 지하철역에서 길을 묻는 한 영국인 중년여성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같은 기차를 타게 된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South Korea!”라고 했더니 요즘 상황이 어떠냐고 묻는다. 나는 아마도 북핵 문제를 비롯한 갈등상황을 묻는 것 같아 설명을 했더니, 이분은 North Korea와 South Korea 자체를 헷갈려 하면서 아직도 한국이 전쟁 통에 어려운 줄 아는 눈치가 아닌가?
- 2007년도 2월에 썼던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에서
유로저널에 ‘서른 즈음에’를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 2월, 당시만 해도 꿈 많은 유학생 신분이었던 나는 런던의 지하철 역에서 만난 외국인 여성이 여전히 한국을 전쟁 통에 어수선한 나라 쯤으로 알고 있는 것을 보고서 충격을 받아서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던 바 있다.
그게 벌써 5년도 넘은 오래 전 일이다. 그리고, 그 뒤로 한국은 지금까지 또 많은 국제적인 성과들, 유명인들을 배출해왔고, 비록 우리나라의 모든 상황들이 다 잘 되고 있는 것은 아닐 지라도, 어쨌든 해외에서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로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믿었다.
G20 의장국,
그런데, 아직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아직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일요일 오후, 지난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서 잉글랜드 북동부에 위치한 해안 휴양도시 블랙풀(Blackpool)로 2박 3일간의 연주 여행을 마치고 이제 막 돌아오자마자 글을 쓴다.
금요일 밤 연주를 마치고 토요일 하루는 블랙풀의 해변가를 걸으며 관광을 즐겼는데, 휴양도시답게 다양한 오락시설들이 들어서 있었고, 관광객도 상당히 많았다.
그렇게 거닐다가 오락시설 종업원이 일종의 호객행위를 한답시고 내가 중국인인줄 알고 (아무래도 내가 좀 통통하게 생겨서 그런지 어딜 가나 나를 중국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니 하우!”하면서 나한테 인사를 건넸다.
아무래도 영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돈도 많고, 그런 중국인 관광객에게 중국말로 인사를 하면 그들이 돈을 잘 쓰는 만큼, 어디까지나 단순한 호객행위 차원으로 여기고 말았다.
그런데, 한 곳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비슷한 오락시설 종업원(많아봐야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영국남성)도 역시나 또 나를 보고서 “니 하우!”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는 살짝 기분이 상해서 나는 중국인이 아니라며 “I’m sorry, but I’m not Chinese!”라고 맞받아쳤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이 녀석이 “Are you Japanese?”하면서 그럼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그래서 “No!”했더니, 이번에는 “Vietnamese? Thai?”하면서 그럼 베트남인, 태국인이냐고 묻는다.
아니 어떻게 이 녀석은 한국보다 동남아 국가들이 먼저 떠오른 걸까? 내가 더 이상 못 참고 “I’m Korean!”했더니, 이 녀석이 너무나 실망스럽게도 “North or South?”하면서 묻는다.
한국 언론은 K-Pop이 이제 유럽을 휩쓸고 있다고 신이 나서 떠들지만, 이게 바로 우리나라에 대한 서양인들의 인식의 현주소다.
나이 많은 노인도 아니고,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었을 영국인 청년에게 Korea라는 나라는 베트남, 태국보다도 유명하지 않은 나라고, 고작 Korea에 대해 아는 것은 North Korea의 악명(?) 정도인 것이다.
우리
물론, 런던에서는 Korea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식한 이들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런던은 엄밀히 말하자면 영국이라고 보기 어렵다, 뉴욕을 미국이라고 보기 어렵듯이.
국제도시 런던이 아니라, 잉글랜드 변두리 지방에 사는 영국인들이 Korea를 알아야 진짜 Korea가 영국에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아니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노력을 기울이기에 앞서, 아직은 Korea가 세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현실 직시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라를 움직이고, 기업을 움직이고, 우리 문화를 관장하는 분들의 책임과 역할이 요구된다. 자신들의 사리사욕, 혹은 그저 얄팍하게 외관 상 보여지는 것들에 안주하지 말고, 정말 ‘세계 속의 한국’을 향한 투철한 의식을 갖고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나처럼 음악을 통해 한국을 전하고, 또 이렇게 해외에서 사는 우리 한국인들 모두의 책임이며 역할이기도 하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바로 한국을 대변하는 외교관과도 같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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