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미스테리 (3)

by eknews posted Jul 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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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미스테리 (3)


우르릉 쾅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주룩주룩 마구 퍼붓는 소낙비를 맞으며, 번개와 천둥을 유혹한다는 고무나무가 가까이 자라고 있던 집의 지붕아래 서의 추억이 떠 올라왔다. 한 치의 발 앞으로 순식간에 번뜩이며 내리치는 번개가 무서운 줄도 모르고 어떤 신비한 마술에라도 걸린 듯 즐거워하며 바라보던 아프리카에서의 어느 날들을 기억 시켜 줄만큼 한국 장마철의 소낙비 또한 요란하기 짝이 없는 이 때에, 벌써 일주일이 지난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들어간 분만실에서 24시간을 넘기며 고통스러워하는 딸, 그리고 옆에서 밤을 보내는 사위의 모습이 고맙기도 안타깝기도 한 이들의 모습이 언젠가 나와 남편의 모습이었음을 연상케 했다. 


딸은 다른 산모와 분만실을 나눠 써야 했는데 쌍둥이 첫아기를 갖은 그 산모를 둘러싼 산전 분위기는 어느 드라마보다 훨씬 다이내믹해서 그 방에 있는 보호자들이 안타까워하며 위로를 해주다가도 산모로부터 얼굴을 가리고 웃게 만드는 장면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 배 아파, 제발 살려주세요, 수술 당장 해, 빨리 아기 빼주세요, 어서 빨리, 나 못 기다려, 의사 어디 있어, 뛰어오라고 해, 나 장난 아냐, 아기 필요 없어, 나 죽게 됐어 살려줘, 무통, 무통 줘...” 


출산의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가 불가능할 만큼 고통스러운 진통, 아마도 그렇게 지독한 아픔을 이겨낸 것이 연약하던 여자들을 강한 엄마들로 탈바꿈 시켜주는 이유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코로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입으로 불러내는 심호흡을 하라는 의료진들의 권장을 따르다가는 곧 또다시 이어지는 신음소리... 다행히도 밤새 딸 옆에서 간병을 하던 사위에게 '어디 가서 아침이나 먹고 오라'고 내보내준 것이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절실했고 그런 고통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걱정하는 딸을 위로하기 바빴는데 얼마 있다가 우리 딸도 그 출산의 드라마를 시작했는데, 참을 만큼 참던 아이가 무통 주사를 맞은 후에도 찾아오는 고통에 "무통주사 거짓말이야, 의사가 거짓말했어!" 라며 아파했다. "얘야, 엄마도 너를 낳을 때 그렇게 많은 아픔을 참아야 했단다. 그렇지만 너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아픔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단지 황홀하리만큼의 큰 기쁨만 내 가슴을 채워주었단다. 자 이제는 네 차례구나. 너도 엄마가 되는 기쁨의 전주곡으로 오는 이 아픔을 참아보렴!" 하며 딸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던져 주었지만, 고통속의 딸은 그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신음소리를 내며 넘어야할 고통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P1020895.JPG


조금 전 출산 실에 들어간 옆에 있던 산모는 쌍둥이 여아를 자연분만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는데, 그나저나 우리손녀는 언제나 나오려는지 모르겠다. 궁금해 하는 전화는 계속 오는데...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유도분만의 코스를 다시 밟으며 어서 속히 그 약들의 효력이 끝나기 전에 “제발, 아가야 어서 나오너라!”를 소원하였는데 다행히 건강한 여아를 자연 분만할 수 있었다. 


만삭이 된 어느 직장동료가 지난달에 사생아 출산을 했기 때문에 나는 우리 손녀아기의 힘찬 울음소리를 듣는 이 순간까지 행여나 만의 일이라도 태아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하며 염려했던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더욱이 얼마 전 자연 유산된 경험이 있는 딸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말 한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이들 중 애처로운 사생출산의 소식은 이번이 세 번째였기에 걱정이 된 나는 딸이 눈치 채지 않게 종종 물어 보곤 했었다, "우리 아기 어때? 엄마 배 안에서 잘 놀고 있어? 언제 움직였어?" 하며... 


그날, 다행히도 우리 첫 손녀는 새로운 세상에서 시작되는 삶을 기다리는 이들의 사랑을 몽땅 받으며 건강하고 귀여운 아기로 태어났다. 


누구나의 삶의 이렇게 소중하고 귀하게 시작되는 것이 마땅하고 바람직할진데 왜 어떤 삶은 시작부터가 어려움으로 둘러 싸였으며, 왜 어떤 삶은 그렇게 원하는 부모가 있는데도 시작마저 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미스테리는 먼 어느 날 더욱 발전된 과학이나 생리학의 설명으로 풀어지고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kyunh-hee.jpg 

박경희 비톤
아동교육 동화 작가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www.childrensboo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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