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역내 3, 4위 경제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문턱을 넘어 동유럽의 심장부까지 확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5일자를 인용한 Etoday보도에 따르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지난 24일 러시아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와 3.3%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앞서 EBRD는 지난 5월 시점에선 러시아 경제가 올해 4.2%, 내년 4.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BRD는 “러시아는 유로존 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원유를 비롯해 러시아 경제를 지지하던 원자재 가격이 유로존 위기로 압박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피로스카 나기 EBRD 국가 전략 및 정책 책임자는 “부정적인 영향이 동쪽에 이르렀다”며 “특히 러시아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리스크 선호 심리 약화가 전반적으로 영향으로 미쳤다”고 말했다.
앞서 EBRD는 지난해 10월부터 중유럽 8국·남동부 유럽 7국 및 발트해 연안 국가의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러시아에 대해선 기존 수치를 유지했다.
신흥 시장의 성장으로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 에너지 수출 의존도 높은 러시아가 유로존 재정위기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러시아도 더이상 안전지대일 수 없는 지경에 처한 셈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23일 러시아 경제는 1년 안에 5%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 위기가 심화하면 러시아 루블 가치는 30% 하락할 것이라고 무디스는 전했다.
EBRD는 유로존의 위기가 심화하면 러시아 외 다른 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헝가리는 IMF와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헝가리 뿐만 아니라 폴란드, 불가리아 등도 GDP의 상당 부분을 유로존에 의존하고 있어 잠재 위험국으로 꼽히고 있다.
WSJ는 위기가 남쪽으로도 퍼져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북아프리카 일부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