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미스테리 (5)

by eknews posted Aug 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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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 매엠 찌르으르... 

너무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매미들의 합창소리, 어쩌면 나는 그들의 노래를 잊고 살았나 보다. 한국에 서생 하는 매미들은 5년이나 7년, 하지만 대부분의 매미들은 장장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어두운 땅속에서 애벌레로 보내다가 나와 단지 한달 살다가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를 외국에 살며 들은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할지 모르겠다.
노력에 비해 너무도 짧은 생존기간과 그 소중한 번식기, 어쩌면 그것이 존재의 목적이자 환희인 냥 온갖 열정을 다해 열심히도 울어댄 애절한 구애의 댓가로 짝짓기에 성공한 수컷은 바로 죽고 암컷은 알을 낳은 후 죽는단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들은 천적을 피해 안전한 나무아래 땅속으로 내려가 또다시 17년 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고...
폭염으로 뜨거운 한여름을 식혀주는 매미들의 짝찾기 노래소리는 섹스를 즐기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끈질긴 번식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일까 또한 미스테리이다.
둘째를 낳기 위해 병원에 있느라 며칠간 못 보았던 두 살배기 딸이 반갑고 미안한 마음도 들어 사랑표현의 최상인 스킨쉽을 하고 싶어 목욕물 속에 풍덩하고 들어가 물장난을 하며 놀았는데 다음날 나는 당장 병원에 입원해야 했었다. 그때 당시 친정엄마는커녕 남한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산후 조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 나는 밖에서 놀다 온 꼬마와 목욕을 즐긴 덕분이었다.
"너는 외로운 경험을 하지 않아도 돼. 엄마가 네 곁에 달려가 미역국도 끓여주고 아기 목욕도 시켜주며 도와줄게!" 라며 약속하고 실천할 수 있음에 기뻤다.
참, 모성이란 그런 것일까?
딸아이는 아기는 안 가질 거라고 했었다. 예쁜 몸매를 잃고 싶지 않았던가 분만의 고통을 체험하기 싫어서였을까? 그런데, 임신한 딸의 태도는 너무 달랐다.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 무엇이 아기에게 좋으며 어떤 것을 피해야 할지도 알아보면서 그토록 좋아하는 초콜릿도 커피도 멀리하는 것이었다. 산모를 위한 영양보충제도 취해 가면서... 아기를 사랑하는 산모의 본능이 작동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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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원치않는 임신으로 고민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토록 원하는 자녀를 갖기 위해 온갖 수고를 하며, 특히 인공수정의 성공 사례도 많이 있지만 의외의 성공이야기도 가끔 있는데...
언젠가 방문한 한 부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임신을 위해 별의 별것들을 다 해 보았는데도 임신이 안 된다며 푸념을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은 나는 그들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기도 해준 적이 있었는데 머지않아 그 커플이 아들을 갖게 되어 너무나 행복한 적이 있었다.
그 몇 년 후 나와 낮은 담을 넘어 대화를 하던 옆집 영국인 아줌마는 우리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서 ‘참 행복해 보이는 군요.’ 하기에 왜 자녀를 갖지 않느냐고 물으니 자기는 이제 늙어서 아기 갖는 노력을 포기했다며 씁쓸해 하는 것이었다. 그때 또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은 나는 ‘불가능이란 없다.’고 격려의 말을 해 주었는데, 크르주 여행을 다녀온 부부가 임신을 해서 딸아이를 낳았는가 하면 또 한 번은 딸아이 하나 낳은 후 사생아 출산 및 자연유산이 여러번 되더니 이제는 임신조차 안 된다는 한 직장 동료의 하소연을 듣고 기적이 가능함을 믿는 나는 용기를 내어 '기도해 줄까요?'라고 하니 그러라고 해서 일하던 중 짧게 기도를 했는데 그녀도 귀여운 아기를 갖게 된 것 또한 미스테리이다.
다음 세대를 생식하기위한 매미들의 간절함이나, 나의 이미지를 닮은 자식을 갖고 싶은 부모들의 애틋한 바람은 그 어떤 부귀영화나 호의호식을 바라는 기복신앙적기도와는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로토를 따게 해 주십시오’ 하는 기도는 안 이뤄지는 것으로 봐서...
몇 년이고 인내하며 기다릴 가치가 있는 삶의 환희, 고통과 기쁨이 따르는 삶의 한 부분에 채워져야 할 가슴속의 어느 공간이 자식을 낳거나 키운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텅’비어 있는 느낌이 들것 같기도 하다.
태어나 성숙한 어른이 되어 다시 새 생명을 재창조하는 긴 과정에 비록 많은 고통이 따를지언정 또 하나의 삶을 재창조한다는 미스테리가 주는 기쁨과 만족감이 자식을 낳고 기르는 아픔과 고통을 행복과 보람이라는 보상으로 돌려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kyunh-hee.jpg 

박경희 비톤
아동교육 동화 작가
유로저널 칼럼리스트
www.childrensboo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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