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그냥 있습니다. 무한대 순수 우주허공에 있는 수많은 별도 그냥 있고 그냥 자기 자리에서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구라는 별에 있는 만물만상도 그냥 있고 그냥 삽니다. 산, 들, 강, 바다도 그냥 있고 물도 공기도 그냥 있습니다. 수많은 나무도 풀도 그냥 살고 수많은 짐승들도 그냥 삽니다. 물고기도 새도 그냥 살고 벌레도 그냥 삽니다.
그냥 살지만 세상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별들은 별들대로, 수많은 동식물은 동식물대로, 또 공기는 공기대로, 물은 물대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산 속 오솔길에 나뒹구는 돌맹이 하나도 저 나름의 세상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만물만상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 몫을 다하고 있어서 이 세상은 완전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고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없는 상생(相生)의 관계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물만상은 그냥 섭리대로 있고 섭리대로 삽니다. 그래서 세상 질서는 완전하고 세상은 온전합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이것이다 저것이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이렇다 저렇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옳다 그르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좋다 싫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해야 된다 하지 말아야 된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즐겁다 슬프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외롭다 고독하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사랑 한다 미워한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하고 싶다 하기 싫다가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인연에도 사연에도 머물지 않아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머물지 않아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꿈에도 희망에도 머물지 않아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만남도 헤어짐도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분함도 노함도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한도 억울함도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원수도 사랑하는 이도 없어서입니다.
그냥 있고 그냥 사는 것은 ‘나’가 없어서입니다.
사람은 그냥 있고 그냥 살지를 못합니다. 가짐의 마음을 가진 ‘나’가 있어서입니다. 가짐의 마음에서 할 일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가짐의 마음을 다 빼고 가짐의 마음을 가진 존재인 ‘나’마저도 없애면 가짐의 마음을 가진 ‘나’는 소멸하고 일체 가짐의 마음이 없는 참의 존재가 되어 그냥 있고 그냥 삽니다. 참의 존재는 세상의 존재이고 세상은 영원불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