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인류의 첫 시조(始祖)가 낙원에서 낙원의 주인과 같이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낙원은 아무런 부족함이 없고 시조는 근심걱정고통도 병도 죽음도 없이 살았습니다. 주인과 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그냥 주인의 뜻으로 상생(相生)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시조는 마음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낙원에는 착하다 악하다 하는 마음이 없이 주인의 뜻(섭리)만 있었는데 착하다 악하다 하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착한 일이고 저렇게 하는 것은 악한 일이다 하고 분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번 분별하기 시작하자 그 전에는 벌거벗고 남자다 여자다 구분하지 않고 잘 지내던 시조는 남녀를 분별하고 수치스런 마음이 생겨 나뭇잎으로 가슴과 아래를 가렸습니다. 이러한 마음들은 낙원의 주인에게는 없는 마음들입니다. 낙원의 주인과 한 마음일 때는 주인과 마음이 같아서 하나로 함께 살았으나 주인과는 다른 마음을 먹고부터는 주인과 하나가 될 수 없었고 따라서 주인에게서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낙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낙원을 떠난 존재는 영적인 존재에서 육적인 인간마음의 존재로 바뀌어 온갖 마음으로 번뇌 짓고 근심걱정과 고통, 그리고 죄의식 속에서 살게 되었고 육이 죽으면 죽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세대(世代)를 거듭하면서 더 많은 마음을 먹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시기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형이 아우를 죽이는 일도 벌어지는 상극(相剋)의 삶을 살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마음을 먹고 당연한 줄 알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마음세계를 만들어 그 세계에 살았습니다. 주인의 세상에 자기 마음세계를 만듦으로써 반역의 죄를 저질렀습니다.
한편 낙원에서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이 살았습니다. 옷도 신발도 걸치지 않았고 먹을 것을 쌓아놓지도 않았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가진 것들은 일체 없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같이 살았지만 배우자로서 상대방을 가지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낙원의 주인의 것이기에 그냥 있는 대로 살았습니다. 숲 속의 나무도 들꽃도, 짐승도 시조 자신도 낙원에 있는 일체는 주인의 것으로서 그냥 살았습니다. 그러나 낙원의 주인과 다른 마음을 먹고 주인에게 등을 돌리고 멀어지고 부터는 온갖 것을 내 것으로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졌습니다.
어느 때인가 선지자가 나타나서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이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온 낙원과 낙원의 주인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낙원의 주인이 사람으로 와서 낙원에 갈 사람과 가지 못할 사람을 가린다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리고 낙원에 가기 위한 조건들을 말해 주었습니다. 낙원의 주인에게는 없는, 낙원의 주인과 하나 되지 못하게 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 비워 없애고 (원래 주인의 것을 내 것이라고 가졌으니) 내 것으로 가진 것을 모두 다 주인에게 내어 놓으라고 합니다. 그리하여(원래 주인과 하나로 낙원에 살았던 때와 같은 상태로 돌아가서) 주인과 하나가 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주인과 하나가 되는 것은 살아서 그렇게 되라는 말입니다. 낙원에 갈 사람과 가지 못할 사람을 가리는 것은 가리는 그 시점에 주인과 하나가 되어 있느냐 되어 있지 않느냐가 기준입니다. 주인과 하나가 되어 있지 않으면 낙원에 갈 수 없습니다. 하나가 되지 않은 채로 죽으면 영원히 낙원에는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선지자가 일러 주었지만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더 가지려 하고 더 이루려 하면서 자기의 마음세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풍족하게 하려고 애를 씁니다. 심지어는 주인에게 그러한 것을 달라고 빌기도 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