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자 뜻대로 하면 도둑이 몽둥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 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같은 뜻으로 객반위주(客反爲主)라는 말도 있습니다. 손님이 도리어 주인행세를 한다는 말입니다. 주객전도(主客顚倒)라는 말도 같은 말입니다.
사람이 이 지구상에 나타나서 해온 일들은 거의 대부분이 오류를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미신의 시대에 절대적인 존재라고 믿은 대상들이 그러하고 신화나 설화에 등장하는 신의 존재가 그러합니다. 그 후에 믿어온 절대적인 존재도 자기의 관념이 만든 신이었지 참 신은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믿음에 대한 회의가 1900년 니체의 문학작품「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에서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집약됩니다. 미신으로, 또는 종교를 등에 업고 저지른 일들(예: 마녀 사냥, 파문)이 그 당시에는 신의 뜻에 합당하다고 믿었지만 결국은 사람을 현혹한 시행착오임이 밝혀졌습니다. 여러 이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철학이, 과학이, 그리고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이념이, 더 나아가 종교가 인간의 숙명적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믿었지만 그러한 것들도 모두 시행착오로 끝나고 있습니다.
세상은 무한하고 세상의 근본은 비물질 실체의 살아있는 영원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유한한 시공에 매여 있고 물질 관념에 갇혀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가 가진 무한히 좁은 생각 속에 빠져 있습니다. 한없이 좁은 자기생각에 빠져있기 때문에 그것이 다인 줄 알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자기가 빠져있는 그것은 자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자기 마음속에만 있는 것)일뿐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허상일 뿐입니다. 그러한 생각 속에 빠져있고 또 그 생각이 한없이 좁기 때문에 무한한 비물질 실체를 말해주어도 보지도 듣지도 못합니다. 종교에서 그러한 마음(생각)을 버리라 하는 이유도 자기가 빠져있는 생각(虛像, 妄念)에서 벗어나야 실상(實像)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벗어나게 하는 방법이 없어 말만 무성할 뿐이고 벗어나게 해주지는 못하였습니다.
벗어나야 할 자기의 생각은 태어나서 지금 이 순간까지 살면서 오감으로 경험하여 인지한 것들(사연, 인연, 배경)입니다. 살면서 끊임없이 더하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더하면서 살 것입니다. 이렇게 더하기한 것들을 다 빼내고 그렇게 살아온 나마저 버리면 세상의 근본만 남아서 근본의 재질로 거듭나게 됩니다. 마음빼기를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어서 살고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검증이 끝난 일입니다.
해보지도 않고 자기의 생각이나 신념과 다르다고 배척하고 헐뜯는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또 되게 해주지는 못하고 말만하는 것은 되게 해주는 곳에서 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허상 세상에서 허상의 삶을 사는 허상의 존재를 실상 세상에서 실상의 존재로 나 실상의 삶을 살게 해주는 곳을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입니다. 가짜를 진짜가 되게 해주지 못하면서 진짜가 되게 해주는 곳을 헐뜯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이 모두가 자기가 가진 좁은 마음세계에 갇혀있어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마음빼기를 해보면 알 텐데 해보지도 않고 말들이 많습니다. 실패한 사람 말을 듣고 그러는 경우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