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창 영화에 빠져들던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한국영화는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가 없다’라는 지금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발상이 보편적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도 꾸준히 여러 편의 한국영화들이 개봉되고 있었지만, 솔직히 질이 낮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한국영화를 세계시장에 선보인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러던 차 분위기를 반전시킨 영화가 바로 이제는 단순히 ‘거장’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이었다.
관객 동원 천만 시대를 살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가소롭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당시 ‘장군의 아들’은 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후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를 통해 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또 다시 한국영화 신화를 써내려갔다.
이후 관객들은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에 대해 점차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젊은 영화인들과 해외 유학파 영화인들이 영화판에서 본격 활동하면서 한국영화의 만듦새가 급속도로 발전해 나갔다.
극장에 간다고 하면 으레 헐리우드 영화나 홍콩영화를 떠올리던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찾아보는 현상이 생겼다.
한국영화와 한국영화인들이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영화제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고, 어느새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한국영화들이 속속 등장했으며, 해외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수직 상승했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키드였던 나의 유년시절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한국영화의 눈부신
성장이다.
그리고, 이제 런던에서 펼쳐지는
한국영화 잔치를 바라보며 또 다른 감회에 빠져본다.
한국영화사에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남을 임권택 감독 회고전이 주영한국문화원과 BFI(British Film Institute, 영국영화협회)의
공동 주관으로 개최된다.
척박했던 한국영화계를 겪어오면서 무려 51년 동안이나 영화를 만들어온 임권택 감독의 작품들을 런던에서 상영하고,
임권택 감독이 직접 참석하여 영국 현지 관객들과 만나고, 영국 현지 영화학교에서
마스터 클래스도 갖는 자리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가장 한국적인
화면으로 담아내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들과 또 임권택 감독을 런던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결코 흔치 않다.
임권택 감독 회고전은 지난 시대를
관통하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들을 통해 대한민국이 살아온 날들을 반추해볼 기회가 될 것이며, 또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거장 영화감독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임권택 감독 회고전에 이어서 ‘제 7회 런던한국영화제’
역시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영화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올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
두 편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나란이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런던의 한국영화팬들을 열광시킬 예정이다.
게다가 보통은 영화감독들만 참석해왔던
지난 영화제들과는 달리, 두 명의 영화배우 김윤석과
이병헌이 이번 영화제를 찾는다.
한국에서도 어지간한 자리가 아니면
얼굴을 보기 힘든 두 명 배우들이 런던한국영화제에 참석한다는 것은 한국영화계에서 런던한국영화제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영화제들과는 달리 영국 현지에서 달라진 재영한인들의 위상을 제고하고
교민들에게 최신 한국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재영한인 타운인 킹스톤에 위치한 오데온(Odeon)
극장에서 한국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인 ‘도둑들’의
상영 및 최동훈 감독, 배우 김윤석과의 Q&A가 마련되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런던 시내에서만 행사가
이루어져서 시내 나들이가 여의치 않은 교민들은 다소 섭섭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우리 동네에서 런던한국영화제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과 포럼
등 흥미진진한 부대행사들이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다.
유명한 작품들이야 이미 잘 알고 계실테고, 내가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애니메이션 ‘파닥 파닥’이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린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그리고 특히 현 시대 한국인들을 위한 슬프고도 심오한 작품이니 결코 놓치지 마시길.
부대행사들 중에서는 한국과 영국의 쟁쟁한
영화평론가들과 영화인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한류 포럼:
한국영화 전문가 초청 한국영화의 한영 교류와 글로벌
시장을 위한 미래 발전방향 토론’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제 한류는 단순히 해당 업계 종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류는 이렇게 해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 한류가 민간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벌써 7회를 맞이하는
런던한국영화제, 이 영화제를 초창기 때부터 지켜봐온 나로서는 기자 신분을 떠나서 한 명의 영화광으로서 런던한국영화제의
눈부신 현재를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한국 언론들을 물론 이제는 영국 현지 언론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영화계에서도 런던한국영화제에 적극 참여를 희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영국 현지인들이 런던한국영화제를 그야말로 즐기고 있다.
오늘날의 런던한국영화제를 가능케 한 전혜정
런던한국영화제 예술감독과 주영한국문화원 관계자들이 주말까지 반납하고 심혈을 기울여 얻은 흐뭇한 성과다.
이제 우리는 이 흐뭇한 성과를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런던에서 펼쳐지는 한국영화 잔치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임권택 감독 회고전 및 런던한국영화제 관련
정보: http://www.koreanfilm.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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