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외교사절 정명렬 사장, '걸어다니는 대한민국'
메클렌부르크-포어폼메른 풍차호텔의 '한국문화의 밤' 올해도 만원사례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지사 김운경
프랑크푸르트에서 북동쪽으로 800킬로미터, 베를린에서도 두 세 시간을 더 북쪽으로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구 동독지역 위커뮌데 시에 동포 정명렬씨가 경영하는 운치있는 풍차 호텔(호텔명: 'Pommern-Muehle')이 있다. 널찍한 호텔 경내엔 1800년대식 홀랜드 풍차가 그 위용을 드러내고 3층 건물의 호텔 입구에 게양된 대형 태극기가 손님을 맞는다. 태극기는 이제 이 지역에서 전혀 낯설지 않은 깃발이 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호텔입구에 내걸리기 때문이다. 태극기가 걸린 이유는 '한국문화의 밤' 행사를 알리기 위해서다. 정명렬씨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현지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사절 역할을 한지 벌써 올해로 15년째.
정명렬사장은 해마다 1월 중에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 녹색주간 행사에 메클렌부르크-포어폼메른 주 홍보대사로 나서면서 그녀의 독특한 모습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사장은 지역경제가 살아나야 자신의 풍차호텔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어떻게든 국제 식량 및 농업 박람회에서 지역사회를 알려야 겠다는데 생각이 모아졌다. 그 결과 떠오른 아이디어가 '모자'였다. 오늘날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그녀의 특별한 모자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시작은 디자인도 단순한 450그램짜리 풍차모양의 가벼운 모자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도전은 커지고 그에 따라 모자도 무거워져 지금은 지역을 상징하는 여러가지 장식물이 잔뜩 붙은 무려 3.5 킬로그램의 모자로 발전했다. 박람회가 개최되는 열 흘간 매일 8시간 이상을 이 무거운 모자를 쓴 채로 부스 앞에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 서 있다고 한다.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면 목뼈는 뻣뻣하다 못해 석고 굳어져 버린 것 같고 뚱뚱부은 두 다리는 천근처럼 무거워 쓰러질 것만 같지만 첫 박람회에 참가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루도 빠진 일이 없다는 그녀, 억척 아주머니다.
그녀의 모자는 풍차호텔을 상징하는 풍차형태부터 지역 특산물들로 장식된 모자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독특하고 새로운 컨셉트로 제작되었다. 모자에 어울리는 의상도 직접 디자인해 완벽한 세트를 이룬다. 당연하지만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지역신문은 거의 매주 그녀에 관한 새로운 기사를 싣는다. 정명렬씨의 이같은 퍼포먼스는 매스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그녀와 풍차호텔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달 정사장의 풍차호텔에서 열린 '한국문화의 밤' 행사도 15년간이나 지속된 전통행사로 자라잡았다. 객실 42개가 일찌감치 예약을 마쳤으며 150명이 적정인원인 컨퍼런스 홀은 170명이 몰려와 그야말로 대성황을 이뤘다. 한적한 시골에 이처럼 외부인으로 북적이는 것은 풍차호텔이 들어서고 난 후의 일이라고 동네사람들은 말한다. 그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지역경제는 해마다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성장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정 사장은 2009년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총리로부터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경제상'을 수상했다.
문화의 밤 행사장 홀 안에는 곳곳에 태극기가 걸려있고 테이블 위에도 꽃혀있었다. 마치 태극기를 이용해 실내장식을 해놓은 것 같았다. 정사장은 개회식 인사말에서 한국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임을 설명하고 통일헌금을 모금중이라며 독일인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일도 잊지 않았다.
한식뷔페로 배를 든든히 채운 관객들은 좀체로 접할 수 없는 동양의 멋진 의상과 춤을 보며 느긋한 저녁시간을 즐겼다. 피날레는 모듬북 연주. 가슴을 파고드는 북소리가 관객의 혼을 빼앗았다. 베를린 가야무용단(단장 신경수)의 춤과 북연주로 1시간 가량 꾸며진 행사는 대성공이었다. 그녀의 한국사랑은 그녀의 뼈속 깊은데서 우러나오는 향수에서 비롯된다. 고향친구들과 나누는 몇 분간의 통화는 그녀에게는 향수를 마시는 시간이다.
정명렬씨는 한국에서도 지난해 세계한민족여성재단으로부터 `세계를 빛낸 여성 사업가 25인'에 선정되었다. 그녀는 독일에서 한국을 알리는 '걸어다니는 대한민국'으로 활약한다. 또 한국인으로 독일을 위한 지역홍보대사로도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다. 이제 그녀를 탐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독일 유명 정당들이 그녀를 유혹하고 있다. 정명렬씨가 과연 정치에 입문할 것인지는 물론 두고 볼 일이다. 이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은 올해 녹색주간에 정사장이 어떤 모자와 의상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독일 유로저널 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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