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아베 정권 출범과 불안한 동아시아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훨씬 뛰어넘는 294석을 얻어 압승했다.
이로써 연립 정부를 구성할 자민당과 공명당이 320석 이상을 확보해 안정적 정국 운영이 가능해졌다.
이에 반해 집권 민주당은 기존 의석(230석)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참패를 당했다.
이번 일본 총선에서 중국과의 외교관계, 센카쿠 열도 문제 등 군사외교 분야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였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세 인상과 고용 문제 등 일본의 경기 회복문제가 최대 화두였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도 “자민당의 압승은 당 자체의 인기가 아니라 민주당 정권이 중국의 부상에 맞서
일본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실패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군사적인 목표는 뒤로 미루고 당분간 경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년3개월 만에 정권을 탈환한 자민당은 승리를 주도한 아베 신조 총재가 오는 26일 제96대 총리에 취임해
5년3개월 만에 재집권하게 됐다.
우익 정치인으로 불리는 아베의 재등장은 우리나라는 물론 동아시아 각 국가들과의 관계 해법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사실상 차기 총리로 정해진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그동안 '무제한적 양적완화'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력한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것임을 공언했다.
최근 반년가량 0% 이하에 머문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양적완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91조엔까지 늘어난 일본은행 자산매입기금도 100조엔을 훨씬 웃도는 규모로 더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3.5%까지 떨어진 상황이어서 자민당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은 매우 신속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양적완화 드라이브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우리나라 수출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원ㆍ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금액 기준으로
연간 12%나 줄어든다고 한다.
전자산업 분야에서도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의 수출이 증가하면 일본 업계의 한국산 부품 구매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일본 내수경기 활성화도 우리 업계의 대일본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불리함에 적절히 대응하고 유리함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19일 치러지는 선거로 당선될 새 대통령과 내년 2월 출범할 새 정부가 아베 정부와
해결해야 할 외교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허무맹랑한 영유권 주장이 더 기승을 부릴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각종 안보에 관한 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자민당의 의석 수는 연립정부를 꾸리기로 한 공명당의 31석을 포함하면 중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2가 넘는
325석에 달한다.
참의원에서 법안이 부결되더라도 중의원에서 재의결할 수 있고, 개헌안 발의도 물론 가능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만큼 막강한 의석 수와 추진력을 통해 각종 정책을 펼칠 경우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인접국가들과 심각한 갈등도
우려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외교 안보 공약에 있어서도 헌법개정, 국방력과 영토 지배 강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반론 강화 등 인접
국가들을 자극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더욱이 자민당은 정식 군대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한 평화헌법(헌법 제9조)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시마네현의 지역 행사인 2월22일 '다케시마의 날'을 국가행사로 승격한다는 공약은 당장 우리나라와의
마찰이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문제로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하는 양국 정부 간에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해도 실천 가능한 것과 선언적인 것들을 골라내 주변국가와의 갈등이 조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