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의 제목을 ‘마지막 회’로 잘못 보실 분들이 계실까봐 마지막 ‘해’라고 강조해서
표시했다.
오늘 이야기를 쓰는 지금은 2012년을
며칠 안 남겨둔 한 해의 끝자락이지만, 이 이야기가 신문에 인쇄되어 독자들과 만나는 시기는
2013년 1월이 된다.
유로저널에 ‘서른 즈음에’를 처음 쓴 게 2007년 1월이었으니,
벌써 6년을 꼬박 ‘서른 즈음에’를 연재해온 셈이다.
횟수로는 오늘 이야기까지 포함해서 총 285편을 썼다.
쟁쟁한 글쟁이들이 보유하고 있을 기록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도 길다면 긴 세월 동안, 또 많다면 많은 글을 써온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무엇보다 그 세월 동안, 그 이야기들을
써내려간 동안 내 삶 역시 참 많이도 바뀌어 왔기에 더더욱 감회가 남다른 것 같다.
한 치 앞의 미래도 알 수 없었던 유학생 시절부터 어느덧 6년 차 헤드헌터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교회에서 음악으로 봉사했던 시절부터 어느덧 음반도 내고
외국으로도 연주를 다니게 된 지금까지, 무엇보다 매 순간 어떻게 하면 영국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하며 불안해했던
시절부터 이제 안정적으로 영국에서 살고 있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한 단계, 한 단계를 지날 때마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역경과 좌절의 순간들이 있었으며, 그러나 그럼에도 매 순간 나를 돕고 손길이 있었고 감사할
일들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렇게 지내왔던 지난 6년 간의 수
많은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써 왔던 ‘서른 즈음에’ 곳곳에 남겨져 있다.
그래서, ‘서른 즈음에’는 나에게 영국에서의 삶을 기록한, 또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면서의 내 모습을 간직한 나의 일기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 혼자서만 읽는 일기장이었더라면
‘서른 즈음에’는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그래도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단 한 번이라도 ‘서른 즈음에’를 읽어 주신 분께, 비록 얼굴도 이름도 모를 그 분들께, 그럼에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런데, 아마도 ‘서른 즈음에’는 2013년이 마지막 ‘해’가 될 것 같다.
더 이상 ‘서른 즈음에’라고 하기에는 이제 서른을 너무 훌쩍 넘어버린 까닭이다.
인생의 대선배님들이 보시기에는 여전히 내가 너무 어려보이겠지만, 어쨌든 나 역시 이제 마흔이라는 나이를 향해가야 할 판이다.
그래서, 2014년부터는 ‘마흔 즈음에’로 타이틀을 바꿀 예정이다.
물론, 내가 그 때까지도 변함없이
유로저널에 글을 싣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한 얘기다.
누군가에게는 있으나 없으나 크게 중요하지 않은 그저 교민신문들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유로저널은 나에게 이렇게 매 주 ‘서른 즈음에’를 쓰기
위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삶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주었고, 또 기자의 신분이 되어 다양한 현장을 경험해보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과연 내가 언제까지 유로저널에 ‘서른 즈음에’, 혹은 ‘마흔 즈음에’, 아니면 그 이상의 세월 동안 글을 싣게 될 지 모르지만, 아마도 오래도록 늙어서까지 이렇게
유로저널에 글을 싣던 순간들을 추억하게 될 것 같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모든 것들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이렇게 6년 동안이나 애정을 쏟으며 무언가를 꾸준히 지속했다는 것 만으로도 나 자신에게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도 언급한 것처럼 갈수록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감성이 무디어진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삶이 무미건조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쓸 이야기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참 불안하기도 하고
괜히 슬프기도 하다.
언젠가 정말 더 이상 쓸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야말로 미련 없이 글을 중단해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 자신에게조차 아무런 감동이나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글이라면 굳이 더 쓸 이유가
없을테니까.
6년 전 ‘서른 즈음에’ 1회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썼더랬다.
‘숨가쁘게 지나는
하루 하루 속에서 문득 돌아보면 잊고 지내는 소중한 것들, 행복은 결코 크지 않은 그 소중한 것들을 꺼내어
보고 만져보는 게 아닐까? 어둡기만 한 밤하늘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몇 개의 눈부신 작은 별들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눈부신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밤하늘의 어두움을 보며 슬퍼하지
않고, 그 어두움을 비추는 별을 보며 미소 짓듯이.’
저 글에서 이야기했던 소중한 것들을 어느새 나조차 이제는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닌지, 지금 나의 글이 실제로 그렇게 작은 별처럼 빛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이제 ‘서른 즈음에’라는 타이틀로는 마지막으로 글을 쓰게 될 2013년 한 해 동안 나의 이야기들이 그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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