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 부자 증세에 합의하는 대신 중산층 이하의 감세 및 실업급여 등은 유지되는 방향으로 1월 1일 합의에 성공함에 따라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합의안에 따르면 올해 재정적자 감축 규모는 당초 예상에 비해 약 900억 달러 가량 감소하여 경기에 긍정적일 전망이다. 단, 2월 중 부채한도 상향과 재정지출 추가 삭감에 대한 빅딜(Big Deal)의 고비는 남아있다.
합의 소식과 함께 개장한 금융시장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가지수가 4% 가량 급등한 반면 채권가격은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경향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났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유럽 및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당초의 기대에 비해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드리워져 있던 재정절벽의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났다.
부자 증세의 경우는 소득 계층의 범위를 민주당이 주장한 연 소득 25만 달러에서 45만 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자본 및 배당소득세, 상속세의 인상폭을 다소 낮추는 선에서 부자증세에 합의하였다. 그리고 고소득층 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감세조치가 연장되었다.
이 밖에도 세액 공제(tax credit)와 비상실업수당 지급이 연장되었고, 고령자 의료혜택(Medicare)에 대한 의료수가 삭감도 유예되었다. 최저한세(Alternative Minimum Tax)의 적용을 받는 과표기준을 인플레이션과 연계하여 자동 조정되도록 한 것도 조세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반면 고용세(payroll tax)는 인상된다. 사회보장세의 일종인 고용세의 경우 피고용자의 부담분에 한해 세율을 2%p 인하해주고 있었는데 이 조치가 만료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고용세율은 현행 4.2%에서 6.2%로 환원될 예정이다. 한편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키는 요인이었던 정부지출 자동삭감 조치는 일단 2개월 간 시행을 유예시키는 선에서 임시 합의하였다.
당초 예상보다 미국 성장률 0.3%p 안팍 상승요인
역년(calendar year) 기준으로 환산 시 합의안의 연간 재정감축 규모는 GDP의 약 1.9%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재정절벽 전망에 비해서는 약 2.7%p, 재정비탈에 비해 약 0.6%p 낮은 수치이다. 지난 해 1%대 후반에서 2%에 이르는 미국 성장률 전망치들이 대체로 50% 수준의 재정비탈을 가정한 것임을 감안하면, 최근의 합의안을 반영할 경우 성장률 전망치가 다소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합의안에서의 긴축 강도 완화가 세입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조세승수(0.5 가정)를 감안할 경우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0.3%p 가량 높은 2%대 초중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빅딜(Big Deal)의 고비 넘겨야
연초의 합의가 예상보다 수월했다고 해도 여전히 양당의 입장 차이는 극명하다. 남아있는 문제는 부채한도 증액과 정부지출 자동감축의 시행이다.
정부부채의 한도는 2011년 8월에 16조 4천억 달러로 늘렸으나, 지난 2012년 말 이미 한도에 달해 미 정부는 신규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조달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에 대응하여 재무부는 일부 연금의 적립을 일시적으로 미루는 임시 조치를 통해 약 2,000억 달러 가량의 여유자금을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로 버틸 수 있는 시한은 약 2개월 가량으로 그 이후에는 부채한도 증액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지출 자동삭감 조치의 쟁점은 추가 지출감축의 여부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사회보장비 항목을 위주로 추가 지출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출 삭감 조치 역시 2개월간 유예시켜 놓았기 때문에, 2월에는 정부부채 한도 증액과 지출 삭감 조치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질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선임연구원은 " 재정절벽을 방지하기 위한 합의에 성공했다는 점, 그리고 그 합의 수준이 예상보다 더 경기부양적이라는 점은 국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미국 재정절벽 발생 시 국내 성장률도 1%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합의 타결은 국내 경제의 불안요인을 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감세 연장에 따라 미국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이 확보될 것으로 보여 국내 수출에 있어서도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학자들, '재정확대' 치열한 논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6일 폐막한 ‘2013 미국경제학회’ 마지막날의 하이라이트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에서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와 울리그 교수와 밸러리 래미 UC샌디에이고 교수가 정반대 의견으로 날쎈 공방전을 가졌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미국 경제가 겪고 있는 침체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해) 민간 소비에 극심한 충격이 오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하고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만이 정답이고 긴축은 늘 끔찍한 정책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재정 긴축은 대공황과 같은 재앙을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반면,해럴드 울리그 교수는 “지금과 같이 막대한 부채를 가지고 있다가 갑자기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야말로 ‘재정절벽’이 될 것이다.”고 반대 이론을 내세웠다.
울리그 교수는 이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민간의 경제활동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제주체들이 정부만 쳐다보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GDP를 늘릴 수 있지만 민간의 소비는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래미 교수도 “미국에서 정부 재정을 늘려 고용이 늘어났던 건 군대가 고용한 인원이 1100만명이었던 2차 세계대전 때뿐으로 ”이라면서 “현재 GDP의 17%를 사용하고 있는 의료비를 11%로 줄이면 1년에 95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사용한 7240억달러보다 많은 돈이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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