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니? 내 의욕들아!

by eknews03 posted Feb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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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법이지만, 지난 한 주 동안, 아니 사실 지금도 너무나 끔찍한 경험을 하고 있다.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 혹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매사에 의욕을 잃어버렸다.

 

누가 들으면 정말 배 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세월 동안 그야말로 의욕 하나로 모든 걸 버텨오고, 또 그러면서 모든 것에서 행복을 찾던 나로서는 의욕이 사라지니 아픈 데가 없어도 아픈 것처럼 정말 죽을 맛이다.

 

사소한 것들도 가치가 있었고 행복이 느껴졌는데, 의욕이 사라지니 그 모든 게 다 무의미하고 재미가 없다.

 

뭐든 막 하고 싶고, 막 기대하게 되고, 그럴 때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 신이 나고 행복했었는데, 내가 하는 모든 게 다 가치가 없는 것 같고, 어떤 것에도 아무 기대도 생기지 않는다.

 

나로서는 정말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다.

 

미국에 있을 때 함께 지내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을 나에 대해 했던 얘기가 있다. 사람들은 내가 늘 의욕에 넘친다고, 하고 싶은 게 많아 보인다고 했다.

 

그 당시는 정말 그랬다. 처음 경험해보는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면서 나는 수 많은 꿈들을 꾸었고, 비록 함께 지내던 사람들 중 어쩌면 가장 부유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나였지만, 나의 넘치는 의욕을 그들조차 부러워했었다.

 

그리고, 그 의욕이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나를 오늘날 이 순간까지 오게 해주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 내가 꿈 꾸던 것들을 향해 늘 의욕이 있었기에, 힘겨운 상황들도 그럭저럭 잘 헤쳐나갈 수 있었고,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매 순간마다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즐겁게, 열심히 살아왔던 그 모든 것들이 아무 가치가 없는 듯 여겨지니 갑자기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어져 버렸다.

 

영국에 온 이래로 누구에게도 힘든 내색 없이 정말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어쩌면 속으로는 엄청난 피로가 누적되었을 터, 이제 한시름 놓았다고 여기면서 비로소 그 피로가 몰려든 것일 수도 있겠다.

 

혹은 아무리 의욕적으로 살아왔음에도, 어떤 그 무엇에 부딪혀 도저히 그 의욕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지쳐버린 것일 지도 모른다.

 

서른을 훌쩍 넘어 이런 철 없는 방황을 맛보다니, 참 한심하기도 하다.

 

아마도 일시적인 (부디 그러기를 바래본다) 방황이겠지만, 어쨌든 매사에 의욕을 잃어버리고 나니 이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그래도 뭐든 하려고 하고, 하고 싶을 때가 좋은 것이다. 이렇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게 되니 사는 게 너무나 무의미해진다.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것을 못하게 만드는 게 뭔가를 하고 싶어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의욕을 꺾을 수는 있어도, 의욕을 만들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기적일 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의 삶을 아끼는 사람이었는데, 의욕을 잃어버리고 나니 나 자신이 전혀 사랑스럽지 않고, 그냥 나의 삶의 모든 게 다 잘못된 것 같고 하찮은 것 같이 느껴진다.

 

늘 무언가를 기대하고 무언가를 꿈꾸던 나였는데, 이제 무엇인들 더 좋을 게 있을까 하면서 아무 것도 기대가 되지 않고, 꿈을 꾼들 그게 뭐가 행복할까 싶으면서 꿈도 꾸기가 싫다.

 

평소에도 그냥 맹숭맹숭하게 살아왔더라면 이렇게 느끼지 못했을텐데, 평소에 참 의욕 넘치게 살아왔기에 이런 극과 극의 충격이 너무나 크다.

 

사람이 정말 이렇게 매사에 의욕 없이 산다면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고, 또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가령 죽을 병에 걸린 사람이라던가. 그런 사람에 비하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물론 맞는 말이다. 내가 호강에 겨워서 철 없이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렇게 어떤 것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고, 아무리 나보다 못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떠올려도 그래도 내가 더 불행한 것처럼 여겨지는 그런 때가 있지 않나?

 

이렇게 의욕을 잃어버린 경험이 없어서 이런 상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어찌 하여 이 상태를 극복하게 되면 나는 의욕을 회복하는 방법을 새롭게 배우는 것이니 이 경험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이렇게 의욕이 없으니 글을 쓰기도 너무 싫었다. 오늘 이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한 시간 정도를 그냥 멍 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나의 지금 상태를 있는 그대로 냅다 글로 쏟아 부었더니 그럭저럭 한 편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어찌되었든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의욕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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