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들, 국제공조 위해 '실천의지' 빛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성과와 관련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환율과 함께 균형잡힌 경상수지를 유지하도록 예시적 가이드라인의 수립과 구체적 추진일정에 합의한 것은 괄목할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평가하고, 다음 정상회의까지 해결한다는 원칙이 결정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환율 문제도 날짜를 확정하는 등 일단은 전쟁에서 벗어났다"며 아울러  "우리가 합의한 대로 이행된다면 미래 세계 경제위기를 사전에 막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들, 국제공조 위해 '실천의지' 빛났다

환율ㆍ경상수지 문제, 내년 상반기까지 가이드라인 수립
한국 제안으로 개발의제 처음으로 다뤄, 한국형 개발모델 국제사회에 제안할 듯
IMF 개혁, 구체적ㆍ실질적 성과 거둬, 대출제도 개선으로 위기예방 역할 기대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12일 세계 경제의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strong, sustainable and balanced growth)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계획을 담은 '서울선언'(정상선언문)을 내놓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던 이슈들이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됨에 따라, G20는 그 자체로 효율성과 신뢰성을 입증하게 됐으며 세계경제를 이끄는 최상위 협의체(Premier Forum)로서의 입지도 굳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의장국 리더십을 발휘, 건설적 제안을 제시하는 등 선진국과 신흥국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환율뿐 아니라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글로벌 불균형 문제에 대응해야 함을 지적하며, 미국과 함께 과도한 불균형 축소라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논의 의제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리더십이 빛났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도해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 의제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뚜렷한 성과를 낳는데 성공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대출제도를 개선해, IMF가 사후 위기해결에서 사전 위기예방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도상국 개발 의제 역시 G20 국가들의 공감 속에 정상선언문에 2개의 부속서까지 내놓으면서 G20 차원의 행동계획을 명시했다.

이들 의제는 우리나라가 경제개발과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경험에 발굴한 것이며, 더 나아가 G20의 공식 의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세계 최빈국에서 반세기만에 G20 회원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자부심과 함께,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반영된 셈이다. 더구나 이번 서울 정상회의가 G7 국가가 아닌 곳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됐다는 점에서 이들 신흥국 관심이슈는 의미가 더할 수밖에 없다.

가장 주목할 점은 국제경제 최대 이슈로 떠오른 환율 및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피해가지 않고 G20 정상들이 모여 합의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합의'에만 그치지 않고 '실천'을 위한 행동계획까지 마련해 정상선언문에 담았다.

'서울 액션플랜(Seoul Action Plan)'이라 불리는 이 행동계획에는 G20의 목표, 즉 세계경제의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개별국가들의 정책공약이 수록돼 있다.
이 액션플랜은 재정, 통화ㆍ환율, 금융, 구조개혁, 무역ㆍ개발 등 5개 정책분야에 걸친 G20의 정책공조와 국가별 정책공약(commitments)으로 구성돼 있는데,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마련한 국가그룹별 정책대안들을 개별국가 수준의 구체적인 정책공약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과도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년 상반기 중 '예시적 가이드라인(indicative guideline)'을 마련해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으며, 이에 기반한 첫번째 평가는 내년 프랑스 의장국 수임 기간 중 수행하기로 했다.

환율 문제와 관련,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시장결정적인(market-determined) 환율 제도로 이행하고 환율 유연성을 제고하는 한편,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급격한 자본 유출입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은 제한적인 경우, 즉 적정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고 변동환율제 하에서 환율의 고평가가 심화되는 경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에 대해선, 지난 10월 경주 재무장관회의 합의대로 IMF 쿼타의 6% 이상과 선진 유럽국의 이사직 2석이 신흥개도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또 IMF 재원은 두배로 늘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IMF가 위기에 처한 나라에 돈을 꿔주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했다. 이는 과거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의 경험을 살펴 G20 논의 대상으로 끌어들인 부분이다. 그간 IMF의 처방이 너무 엄격해 위기를 겪는 나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데다, 낙인효과라는 부정적 인식마저 심어줘 개선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G20 정상들은 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위기가 오기 전에도 미리 대출해 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공동의 위기에 처한 여러 국가에 동시에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규제 분야와 관련해, 은행의 자본금을 대폭 늘리도록 했으며, 세계 경제의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 금융회사(SIFI)에 대해선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신용평가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파생상품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적극 추진했던 개발도상국 개발 이슈도 이번 G20 정상회의의 공식 의제로 다뤄진 점도 높이 평가된다. G20가 20개 회원국만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170여 비회원국을 끌어안았다는 측면에서 세계경제 질서를 이끄는 최상위 포럼으로서 정당성을 더해주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성과도 내놨다. 서울에 모인 G20 정상들은 개도국을 세계 경제 파트너로 인정, 원조를 지속하는 한편 개도국 스스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G20 차원의 ‘다년간 행동계획’까지 수립해 정상선언문 부속서로 제시했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G20에서 꾸준히 논의해 더욱 구체화되고 진전된 결과물을 내놓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개발 정책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개발 모델'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회의 등 적절한 기회에 제안하다고 밝혔다.

무역 분야에서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강조했으며, 내년이 협상 타결을 위한 중요한 기회임을 감안하여 막바지 협상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하고 무역자유화를 확대해 나간다는 G20의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리더십과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격 제고의 효과는 우리나라 상품ㆍ서비스의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n)이 붙게 될 전망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를 취재하러 온 4천여명의 기자들은 한국의 리더십과 한국경제의 발전된 모습을 실시간 전 세계 쏟아 놓음으로써 한국에 대한 인지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숫자로 보는 서울 G20 정상회의
    
비(非)G7 국가로는 처음,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대한민국 국격(國格)을 드높인 이번 정상회의의 다양한 성과와 그 내용들을 숫자로 되돌아봤다.


서울 G20 정상회의 하루 전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는 34개국 1백20명의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가했다.

3 서울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여성 정상은 모두 3명.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메르켈 총리는 여성 특유의 지도력으로 독일 번영을 이뤄 한반도의 모델이 됐다는 점을 인정받아 11월 11일 이화여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5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D.C.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 미국 피츠버그, 캐나다 토론토를 거쳐 이번 5번째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내년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은 프랑스이며, 내후년도는 멕시코로 정해졌다.

9 균형성장, 금융규제 개혁, 국제금융기구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개발도상국 개발 등 5개 핵심 의제와 무역 및 투자, 에너지·반부패 등 2개 의제를 바탕으로 회의를 마친 결과 G20 정상들은 정상 선언문의 본문, 3개 부속서, 1개 첨부 문서에 합의했다.

의제별 주요 합의 내용은 총 9가지로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협력체계 ▲국제금융기구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금융규제 개혁 ▲무역 ▲개발 ▲에너지·기후변화·반부패 ▲금융소외계층 포용 ▲비즈니스 서밋 등이다.

12 서울 G20 정상회의에는 G20 정상과 스페인, 싱가포르 등 5개 초청국 정상, 유엔, 국제노동기구(ILO) 등 7개 국제기구의 수장까지 33명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와 더불어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의 배우자들도 방한했다. 이들은 모두 12명.

김윤옥 여사의 주도로 G20 정상회의 기간에 한국의 맛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준비된 한식 오찬, 창덕궁 한복 패션쇼, 한국가구박물관 관람 등 배우자 프로그램에 함께했다. 김윤옥 여사는 최근 펴낸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를 배우자들에게 선물했다.

14 서울 G20 정상회의 첫날 만찬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G20 정상회의 참가 정상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대표 문화재는 총 14건.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정상회의를 위해 25만여 점의 소장품 가운데 박물관을 대표하는 문화재를 선정해 전시했다. 빗살무늬토기, 간돌칼(마제석검), 백제금동대향로, 기마인물형 토기, 금동반가사유상, 감은사터 동탑 사리기 등 12건이 으뜸홀에 특별 전시됐고, 오리모양 토기, 신라금관과 금관 장식은 만찬장인 특별 전시실에 전시됐다.

24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가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파급효과는 현대차 쏘나타 1백만 대, 30만 톤급 초대형 유조선 1백65척을 만들어 수출한 것과 동일하다. 또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66 서울 G20 정상회의와 더불어 하루 먼저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34개국 1백20명의 글로벌 CEO들이 4개월간에 걸쳐 내놓은 66개 권고안이 확정됐다.
권고안은 ▲자유무역 및 해외투자 활성화 ▲금융건전성 제고 및 실물경제 지원 강화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등 크게 4개 분야로 구성됐고, G20 정상회의 때 제출돼 의제에 수렴됐다.

85 사실 G20 참가국은 유엔 회원국 1백82개국의 10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제 규모로 따지면 전 세계 국가 국내총생산(GDP) 중 85퍼센트를 차지한다. 교역량은 80퍼센트에 달한다. 또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2가 이들 20개 나라의 국적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G20 참가국은 전 세계 경제에서 대표성을 띤다고 볼 수 있다.

96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모인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은 지구촌 최대 비즈니스 무대로 기록됐다.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회는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한 1백20개 기업 간 만남이 활발히 이뤄져 무려 96건의 1 대 1 비즈니스 미팅이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원 개발, 차세대 에너지, 정보기술(IT) 등에서 기업 간 합작·제휴 발표 등 굵직한 거래가 성사됐다.



334 경복궁과 북촌 한옥마을, 한강, 청계천 등을 둘러볼 수 있는 프레스 투어는 38개국 3백34명의 언론인이 참가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매일 2, 3회 열린 이번 행사는 4시간짜리 테마 코스와 2시간짜리 회의장 인근 코스, 기타 코스 등으로 구성됐다.

4,288 역대 G20 정상회의 사상 최대 규모인 63개국 4천2백88명의 언론인이 등록했다. 이 같은 규모는 피츠버그 회의(2천5백명 등록), 토론토 회의(3천1백명 등록)보다 훨씬 크다.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의 취재진 인원은 7백명으로 추산됐다.



73,000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함께 준비해왔던 사람들의 수다. 경비를 맡은 경찰 5만명과 군 1만명, 행사 준비인력 7천명, 자원봉사자 6천명이 첫날 업무 만찬을 시작으로 행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서울 G20 정상회의를 위해 구슬땀을 쏟아냈다.




한국 유로저널 방창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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