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가 유로존 재정위기가 시작된 이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구제금융을 받는 5번째 국가가 됐다.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트로이카는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조건으로 은행 청산과 긴축 정책 등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최소한 5년간 고통에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은행과 고액 예금자가 고통을 분담하게 된다. 막대한 러시아 자본이 예치된 자산규모 2위의 라이키 은행이 폐쇄되고 '굿뱅크'(우량자산 취급 은행)와 '배드뱅크'(부실자산 취급 은행)로 구분해 굿뱅크 자산은 자산규모 1위 키프로스 은행으로 이전된다. 10만유로(약 1억4400만원) 미만 예금자는 보호받지만 10만유로 이상 예금은 동결되고 30% 수준의 '헤어컷'(손실 부담)이 적용된다. 구제금융 조건에는 세금 인상과 공기업 민영화 등의 조치도 포함됐다.키프로스 경제의 핵심인 금융업의 급격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조세 피난처'로서 누리던 혜택이 사라지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키프로스 전체 예금액의 1/3에 해당하는 200억 유로 정도를 예금하고 있는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에 대해 "절도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독일이 키프로스 구제금융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것은 "러시아 돈을 메워주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키프로스에 거액을 예치한 것은 세금을 피하려는 신흥부자들이지 러시아 정부가 아니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쓰고 있는데, 시리아 정권이 뒤집히면 이를 내줘야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키프로스의 기지를 빌려 쓰겠다는 것이 러시아의 계산이라서 키프로스의 현사태를 방관만 할 입장이 못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키프로스는 유럽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역할도 해왔다"며 "키프로스가 유로존과 유럽연합에서 밀려나는 일이 생기면 러시아로서도 큰 손실"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키프로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로존 탈퇴 위험이 계속되고 장기적으로 유로존 전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기관 신뢰가 추락하면서 주요 은행이 인출 한도를 100유로(약 14조4천억원)로 제한했지만 예금자들이 현금인출기마다 길게 줄을 서 현금이 바닥나고 있어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도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