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물렀던 작은 시골 마을 Bossington에서 서쪽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마을인 Lynmouth로 가려면 A39 국도를 따라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 코스는 지금까지 내가 영국에서 운전해본 중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기억될 듯 하다.
왕복 1차선 좁은 도로가 굽이 굽이 펼쳐진 가운데, 좌측으로는 광활한 들판이 펼쳐져 있고, 우측으로는 아찔한 절벽 아래 그림 같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물론, 그 멋진 풍경을 감상하느라 운전 중 한눈을 팔았다가는 큰일나기에, 중간에 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잠시 세우고 차에서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로 우측의 절벽과 바다의 풍경은 운전 중 사진을 찍지 않는 한 도저히 카메라에 제대로 담을 수 없었는데, 마침 인터넷을 찾아보니 누가 찍은 사진인지 정말 기가 막히게 찍은 사진이 올려져 있어서 여기에 실어본다.
그 멋진 풍경에 흠뻑 취하면서, 나중에 부모님을 영국에 모시면 꼭 거쳐야 하는 코스 중 A39드라이브는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다.
어느새 도착한 Lynmouth. 유난히 푸른 빛이 감도는 바닷가를 품은 작은 마을이었다.
이곳에 오면 꼭 경험해봐야 하는 것이 Cliff Railway라고 불리는, 가파른 절벽을 따라 나있는 철로를 이용해 이동하는 케이블카처럼 생긴 이동 수단을 타봐야 했다.
이 Cliff Railway를 타고 절벽 위로 올라가면 Lynton이라는 마을이 나온다. 즉, 이 Cliff Railway가 가파른 절벽으로 나뉘어 있는 Lynmouth와 Lynton을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이 Cliff Railway는 무려 1855년도에 만들어졌는데, 바닷가 항구인 Lynmouth에 도착한 사람이나 물품이 Lynton을 통해 육지로 용이하게 이동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Cliff Railway는 석유나 전기 같은 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올라가는 편과 내려가는 편이 동시에 움직여서 발생하는 중력과 거기에 더해 물로 무게를 맞추는 기발하고도 환경 친화적인 이동 수단이다.
사진출처: http://www.flickr.com/photos/clydehouse/13879156/
왕복에 3.2파운드(6천원 가량) 하는 이 Cliff Railway는 매 10분 마다 운행하는데, Lynmouth를 찾는 수 많은 방문객들이 이를 필수코스로 경험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참 별 것 아닌 것인데도 방문객들은 1855년도에 만들어졌다는 Cliff Railway에 대해 까닭 모를 경이로움과 흥미로움을 느끼게 되니, 이렇게 역사적인 것을 잘 보존하여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영국의 풍토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Cliff Railway를 타고 올라가 도착한 Lynton은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그 곳에서 내려다본 바닷가의 멋진 풍경 또한 일품이었다.
Lynton 마을을 돌아다니던 중 정말 오래되어 보이는 극장을 발견했다.
요즘 영국도 ODEON 같은 멀티플렉스 프랜차이즈 극장이 대부분인데, 이 극장은 지난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존재하는 그 모습 그대로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Cliff Railway를 타고 내려와 Lynmouth 마을을 둘러보았다.
Lynmouth Flood Memorial Hall이라는 기념관이 있어서 들어가보았더니, 1952년 8월에 Lynmouth에 폭우가 내리고 바닷물이 범람하면서 큰 홍수가 나서 35명이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홍수 당시의 사진들과 신문 자료들, 당시 사망자 명단을 기록해놓고 그 끔찍했던 자연재해, 그리고 그 참사를 극복한 Lynmouth를 기념하고 있었다.
이제는 일년 내내 수 많은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관광 명소지만, 지난 시절 그렇게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새삼 Lynmouth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네 삶 역시 그렇게 아픔을 겪으면서 더욱 아름다워져 가는 것일까?
꿈만 같았던 2박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어느새 복잡한 도시와 고단한 일터가 기다리고 있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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