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강제퇴거 피해자들, 은행소유의 미분양주택 점거
지속되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분양되지 못하고 4년 째 방치되고 있던 신축주택 40채가 지난 13일 강제퇴거 피해자들에 의해 점거됐다. 카탈루냐 지방의 한 도시인 사바델(Sabadell)에 위치한 이 주택들은 카이샤 페네데스(Caixa Penedés)와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 은행의 소유이며, 점거에는 100명 이상의 인원이 참여했다.
스페인 일간 라 방구아르디아 La Vanguardia지 4월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점거 다음날인 14일 경찰은 변호사와 함께 진입을 시도하여 큰 충돌 없이 점거자들의 신분을 확인한 뒤 그 중 일부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점거를 주도했던 주택담보대출피해자연합(PAH: Plataforma de Afectados por la Hipoteca)은 경찰의 이번 조치가 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며 “중재자의 의무를 방기 한 채 금융기관의 이익을 대변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재 스페인의 주택 중 20%가 비어있는 상태”라며, 부동산 거품과 강제퇴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소유의 미분양주택들을 공공주거지로써 활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빈집점거는 올해 들어 사바델에서만 세 번째이다.
현 스페인 법에 따르면 담보주택을 은행에 양도한다해도 빚은 완전히 청산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금의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집을 양도하고도 채무에 시달리게 된다. 임금 동결과 실업으로 인해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 또한 줄어든다. “사람 없는 집, 집 없는 사람”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스페인 법의 이 같은 허점에 대해 유럽연합사법재판소는 지난 3월 14일 “유럽연합의 소비자보호기준에 반한다”라고 판결 한 바 있다.
한편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El País지는 4월 14일 보도를 통해 스페인의 각 지역 판사들이 “부당한 강제퇴거”의 실정법적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택담보대출금의 연체이자가 규정된 이자의 2~3배를 넘지 않도록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정부와 의회가 유럽연합의 기준에 맞춰 법을 개정할 때 까지 주택의 실거주자들을 높은 이자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조치이다. 강제퇴거를 앞두고 있는 채무자들 또한 은행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무제한적이지 않다”라는 산타마리아(Soraya Sáenz de Santamaría) 부통령의 경고와 벌금형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피해자연합은 법의 신속한 개정을 위해 점거와 “에스크라치(Escrach: 정책 관계자의 집 앞에서 시위를 하는 행위)” 등의 직접행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유로저널 최영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