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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들

by 유로저널 posted Sep 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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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오래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가장 어렵고 힘들 때 아무 조건 없이 나를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한, 나도 최선을 다해서 내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게 만들어준 아름답고 소중한 사람들…  
대학때 나는 말 그대로 고학생이었었다.  차비를 아끼기 위해 두 번 갈아타야 할 버스를 한 번만 타고 나머지는 집까지 걸어다니기도 했었다.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돌아갈 적엔, 돈벼락이라도 한 번  맞아 봤으면… 하고 소원한 적도 제법 많이 있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그저 공부해야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대학생활을 버티기엔 나에게 너무나 버겁기 짝이 없었다.  대학 1학년 1학기 중간에 나는 휴학까지 심각하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휴학한다고 별 뾰죽한 수가 없는 한, 하지 말라는 휴학 경험자였던 선배의 충고가 아니었으면 나는 휴학을 한 채 영영 대학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준 금자언니가 있었다.  알고 보니 동향이었었고 그래서 더욱 언니는 나를 친동생마냥 잘 대해 주었었다.  버스표를 사면 꼭 내 몫도 사주었고 저녁은 거의 늘 언니가 사주었다.   나는 갚을 길도 없이 얻어 먹는 것이 미안하기만 해서 식당 음식중에서 제일 싼 라면만 시키곤 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어떤 때는 언니가 직접 내가 먹을 저녁을 고르기도 했었다.   어떤 인연이 있어서 우리가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나는 언니에게 늘 덤으로 돌봐 주어야 할 또 하나의 동생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언니 없는 나에게 친언니처럼 살뜰한 금자언니가 아니었으면 나는 그 힘들었던 대학생활을 어떻게 견디어 냈을지 감히 상상이 안 간다.  
대학 교재가 그렇게 비싼 줄도 처음 알았고, 게다가 매달 들어가는 삭월세 방세며 생활비, 그리고 6개월마다 돌아오는 등록금은 내 손으로 일해서 버는 돈으로 따라잡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기만 했었다.  때마다 장학금을 조금씩 받긴 했었지만 나머지는 내 손으로 맞춰내야할 등록금 때만 되면 나는 눈이 퉁퉁 불게 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언젠가 한 번은 언니가 그 나머지 등록금을 맞추지 못해 쩔쩔매는 나를 위해 그동안 모아둔 큰 목돈을 말없이 내주기까지 했다.  
대학 졸업후 이자 한푼 없이 원금만 갚아드렸지만, 어떻게 언니가 힘들게 번 돈을 일찍 갚을 길도 없는 가난한 나를 위해 선뜻 그렇게 큰돈을 내주었는지… 금자언니를 생각하면 향을 쌓아둔 종이에서 향내가 나듯이 늘 그렇게 상큼한 그리움이 내게 밀려온다.  세상에는 금자언니처럼 참 따뜻한 사람이 있어서 나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도 여전히 세상은 희망을 품고 살만한 곳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금자언니 외에도 나를 위해 교재들을 복사해다 준 정희언니며 명옥언니, 바람 부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도록 겨울 옷들을 챙겨주신 영진언니, 그리고 내가 힘들어서 풀이 죽어 있을 때마다 믿음으로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준 정순언니, 학회비를 한번도 제대로 못냈어도 따가운 눈총 한번 주지 않고 봐 넘겨준 과 대표 아저씨들… 10여년이 더 지난 지금 생각해도 고맙기 짝이 없는 분들이다.  
가난한 나를 볼모삼아 명목상으로는 나를 도운답시고 다른 사람들에게 걷어들인 돈으로 아무도 몰래 제 욕심만 차렸던 (그러다 결국 모든 게 다 들통나긴 했었지만...) 동갑내기 남학생도 하나 있긴 했었지만, 그래서 그 덕분(?)에 한동안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안하고 입을 딱 닫은 은혜도 모르는 애라고 오해도 받았었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어떻게 다 선한 사람들만 있을 수 있으랴?  그 아무개가 내 마음에 상처를 준 것보다 더 많이 나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귀한 사랑과 은혜를 입었으니 말이다.  물론 진실이 밝혀져 묵은 오해도 풀렸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대학 졸업후 어떻게 하다보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직장을 구해주는 일을 본의 아니게 자주 하게 되었었다.  그 당시는 그 이유를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내가 받은 은혜들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갚을 수 있었던 기회가 그렇게 주어졌었던 것 같다.  
지금은 다들 그 고마운 분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들 계시는지?  나에게 서로 돕고 사는 귀한 사랑의 삶을 실제로 보여주신 분들의 삶속에서  늘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넘쳐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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