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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서커스를 보고나서(7월4주)

by 유로저널 posted Jul 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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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저녁때 Chalk Farm역 근처에 있는 한 야외 공연장에서 서양서커스를 구경했다.  
관중들을 둥글게 원을 그려 앉게 하고 한가운데에서 멋진 묘기를 펼쳐보이던 옛 한국의 서커스단과는 달리 여기서는 관중들 모두가 일어서서 머리 위로 쳐진 천막을 통해 펼쳐지는 갖은 조명과 음악 그리고 색채의 유희를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편하게 자리에 앉아서 관람할 것을 기대했었던 내게 서서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고 구경하는 게 영 불편하기 짝이 없었는데, 모인 관중들은 불평도 없이 보고 있었다.  
미리 얻어 들었던 정보로 예상된 물세례를 피하기 위해 남편과 나는 중앙이 아니라 한 쪽 구석에서 서 있었는데, 우리 뒤로는 공연에 필요한 조명기구들이며 물세례를 담당한 공연관계자들이 이리 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며 일하고 있었다.
천막의 여기저기가 조금씩 찢어지기 시작하면서 풍선들이 나오고 나중에는 줄에 메달린 사람들의 다리나 엉덩이가 내렸왔다가는 다시 올라가고 그러기를 여러 차례 하더니 마침내 천막이 완전히 걷혀지고 서커스의 본론으로 들어갔다.  
두 명의 젊고 발랄한 아가씨들이 휘장처럼 세워진 천막을 줄에 몸이 묶인 채로 음악에 맞춰 달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관중들은 음악에 따라 이미 몸을 들썩들썩 움직이며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나는 공중에서 옆으로 달리고 있는 아가씨들이 행여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두렵기도 해서 거의 숨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공연의 절정은 여러 사람들이 줄에 메달려서 한꺼번에 원을 그리며 돌다가 가끔씩 관중들의 머리 바로 위에서 손을 내밀기도 하고 관중들의 손을 잡기도 하고 그러다가 마지막 남은 한 남자가 앞만 가리고 엉덩이는 그대로 드러내 보인 채로 공중묘기를 여러번 해보이는 가운데 이르렀다.
그 남자는 한번은 여자동료, 다음 한번은 남자동료를 골라서 함께 공중을 여러번 날아다니는 쇼를 재미있게 보여주었다.
물론 엉덩이를 다 들어낸 채로 말이다.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흥겨운 음악소리가 섞여서 추운 겨울저녁인데도 추위를 잊게 해주었다.
흥에 겨워 들썩거리는 사람들의 어깨짓과 음악에 박자를 맞추는 발짓들이 왠지 싫지 않은 저녁이었다.
공중에서 줄을 타고 걸어가는 곡예사를 볼 때처럼 숨을 죽이고 긴장하며 정적인 가운데 구경했던 게 한국의 서커스라면, 서양의 서커스는 그곳에 모인 관객들로 하여금 한 판 흥겨운 마당에 다같이 참여해서 스스로 즐기게 하는 점을 다른 점으로 꼽을 수 있었다.
바로 내 앞에서 나이든 한 부부가 손을 맞잡고 가끔씩 어깨도 들썩거려가면서 정답게 서커스를 보는 모습이 내게는 참 인상적이었다.  
  남편은 평생 처음 그런 서커스를 봤다며 대단히 재미있어 했다.
나는 초등학교때 벌써 다 졸업한 부문인데 가끔씩 나이를 잊고 동심에 젖어들 수 있는 한 방편으로 가족과 함께 서커스를 보러 가거나 아니면 동물원에 가서 동물들을 구경하며 어슬렁거려보는 것도 참 괜찮을 것같다.  
'가족과 함께 서커스 운운'하니 한 친구의 얘기가 생각난다.
그 친구네가 한번은 서울에서 온가족이 서커스를 보러 갔었는데 도중에 서커스의 묘기에 참여할 자원자를 찾고 있었단다.
그냥 구경하기에는 좋은데 직접 참여하기는 왠지 위험스러워 보이는 것, 그런 게 있지 않은가? 도대체 누가 저런 위험한 데 자원할까 생각하는데, 누군가가 '저요!'하면서 바로 튀어나가더란다.
순간 자기네 가족을 한번 휘 둘러보니 하나뿐인 아들이 없어져서 이 친구는 순식간에 얼굴이 사색이 될 뻔했는데 옆에 있던 남편이 옆구리를 찔러서 앞을 바라보니 아까 공처럼 튀어나간 아이가 바로 이 친구네 초등학교 1학년도 안된 개구장이 아들이었다는 이야기.  
나도 우리 아이 데리고 서커스를 구경가면 그런 일이 일어날까봐 사실은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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