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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맛 (9월 3주)

by 유로저널 posted Sep 2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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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에서 시내에 있는 기차역으로 가서 약 30분정도 기차를 타고가면  아는 이들이 살고 있다.  전화통화는 가끔씩 하지만 각기 어린 아이들이 있고 생활에 바쁘다보니 아이들까지 데리고 만나려면 아예 하루 정도 날을 비워놓아야 할 정도이다.  어쨌든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기 그지없는 미라씨는 늘상 밝고 즐거워서 그네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 기분이 금세 좋아지곤 한다.  
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보통 우울하고 그래서 우중충한 사람들이 많던데 진짜 철학 공부한 사람 맞아요?   혹시 개똥철학 공부한 거 아니에요? 하고 놀렸더니 막 웃는다.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보는 사람조차 먹고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는 그래서 어려서는 엄마한테 딸아이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꾸지람도 많이 들었는데, 자신의 음식을 복스럽게 먹는 것에 반한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는 그 미라씨가 이웃에 사는 은숙씨랑 함께 오는 토요일에 우리집에 오겠단다.  얼마나 귀한 방문인지 벌써부터 내 마음이 설렌다.  
누군가가 그런다.  ‘사람 사는 집에 사람 발길이 끊기면 그 집이 망한다.’고, 듣고보니 정말 맞는 말이다.  사람 살아가는 집에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며 서로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고 사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으랴?  참 고마운 것은 미라씨와 은숙씨 둘 다 어찌나 착하고 고운 마음을 가졌는지 자기들은 서로 가까이 살면서 자주 오고가는데 언니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혼자 외롭지 않느냐고 되려 내 걱정을 해주곤 한다.  사람을 가진 것 가지고 평가하지않고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 자체로 좋아하고 생각해주는 이런 귀한 사람들을 내가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으랴 싶다.  
새로 이사한 이후로 우리집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문전성시-이러면 진짜 친구라기보다는 뭔가 잇속을 바라는 어중이 떠중이들이 십중팔구이기 마련-를 이룰 일은 없지만, 때때로 사람의 정이 그리운 사람들이 마음편히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집이기를 소망해본다.  사람을 어떻게하면 제 목적에 따라 제 마음대로 이용해먹을지 비상한 머리가 아니라, 나보다는 남을 더 배려할 줄 하는 따뜻하고 포근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사람들이 편한 마음으로 오고싶은 집이기를 바래본다.  
어떤 집이든 그 안에 사는 사람에 따라  그 집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내음새를 풍길지 결정되는 것같다.   우리 집에서는 어떤 내음새가 날까?  초록색 나무와 식물이 많으니까  싱그러운 초록빛 향을 풍기면 참 좋겠지만, 나만의 생각이면 어떡하나 싶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람 사는 맛을 풍기는 집이면 참 좋겠다.  으리으리하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그 집에 들어가면 뭔가 포근하고 사람을 따뜻이 맞아주는 그런 인상을 풍기는 따사로운 집, 뭐니뭐니해도 사람의 정이 흘러 넘치는 그런 집이면 참 좋겠다.   그래서 우리집에 한번 온 사람이 다음번에도 한번쯤 그집에는 더 가고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집이면 참 좋겠다.  
  어느 시인의 시 한구절처럼, 저녁을 먹고나서 찾아가도 혹은 잇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어있어도 흉보지 않을 그런 친구의 집처럼 마음편한 그런 집이었으면 한다.  사람들에게 나도 그런 편하고 포근한 사람으로 생각되어졌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서로 만나보지못했어도 잊지않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얼마나 마음이 흐뭇한지 모르겠다.   팔월이라 한가위, 달도 차는 만큼 우리들의 마음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격려로 한가위 보름달처럼 한가득 가득차게 되기를 소원해본다.  
그러나저러나 미라씨가 오면 어떤 맛있는 걸 준비해놓아야 될는지 그것이 바로 이번 주중의 내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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