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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읽었던 이솝우화에 보면 '황새와 여우'이야기가 있다.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지만, 꾀많은 여우가 황새를 초대하여 저녁을 대접하는데 자기가 먹기좋은 식으로 넓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내놓는다.
그래서 황새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서 그야말로 그림의 떡처럼 즐기지도 못한 채 끝난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않고 이번에는 답례로 황새가 여우를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는데 입구가 좁고 기다란 호리병에 음식을 담아내놓는다.
이쯤되면 그 약삭빠른 여우도 뭔가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연말연시라고 사람들이 서로서로 초대하여 음식도 대접하고 그동안 못다한 얘기도 나누는 등 참 보기좋은 일들이 주위에서 많이 일어나는 걸 본다.
다 좋은데 '옥에 티'라고 할까?
초대하는 측에서 초대한 사람들의 식성이나 기호를 미리 파악해서 음식을 대접하면 참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귀한 음식 정성들여 만드느라 수고한 시간과 노력, 그러한 정성과 수고를 알기에 평소에는 너무나 먹기가 거북해서 도통 즐기지도 않는 음식을 억지로라도 먹어야만하는 괴로움, 그에 따르는 복통과 설사(새해부터 이런 고약한 단어를 쓰다니…)를 동반한 몸의 반응.
이쯤되면 그 초대가 즐겁고 유쾌한 것을 뛰어넘어 한시바삐 벗어나고픈 고역이 되버린다.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은 대부분 다 자기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같다.
그래서 '황새와 여우'이야기를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나'가 아니라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런 문제는 별로 어렵지않게 풀어지지 않을까 싶다.
어떤 요식업을 하는 부부가 사람을 초대해놓고 그댁의 부인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넌지시 그 남편에게 물어보고 난 후에 음식을 장만해서 차려놓았는데 음식의 대부분을 그 부인의 기호에 맞추어서 차려놓았더란다. 그 부부가 그 초대를 아주 흥겹게 즐겼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 얘기를 들은 내가, 그 초대한 사람들이 정말 '비지니스 정신'이 투철하다고 진심어린 칭찬을 했다.
사람을 자기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하려면 최소한 그쯤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기가 먹고싶은 음식을 마음대로-물론 초대한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겠지만-고를 수 있는 음식점이라면 선택의 여지라도 있지만, 집에서 차려내놓는 음식들은 식성에 맞든 안맞든 내 몰라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랑 나이가 같은 어떤 분이 음식을 차려내놓으면 도대체 어떻게 알고 그랬는지 그때그때마다 꼭 내가 정말 먹고싶었거나 혹은 그 당시의 내 몸의 건강상태에 따라 꼭 필요한 향토적인 음식만 내놓아서 깜짝깜짝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다.
육류보다는 해산물을 더 좋아하고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보다는 깔끔하고 담백한 것을 더 좋아하는 그분과 나의 식성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음식을 준비할 때마다 그 음식을 먹고 즐길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분의 마음이 바로 그런 맛있는 음식을 만들게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나도 얼마 안있으면 곧 한국으로 돌아갈 혜정이를 한번 초대해서 음식을 대접해야하는데 무슨 음식을 차려내놓을지 고민아닌 고민이다.
아무 음식이나 다 잘먹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애가 아주 맛있게 잘 먹을 음식을 차려내놓아야 되니까 말이다.
우리 엄마가 평소에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음식은 시간과 정성과 손끝 맛'이라고. 그리고 '여자는 비싸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봐야 그런 음식들을 집에서 만들 수도 있는 거'라고.
살면서 그 말씀들이 정말 딱 맞다는 것을 자주자주 경험해본다.
음식 뿐만아니라 살아가면서 나 먼저가 아니라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우리네 삶이 훨씬 더 사랑이 넘쳐나는 축복된 삶이 되지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