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대사관 | 유관기관 | 한인회 | 유학생회 | 기타한인단체 | 한인동포업체 | 주재상사 | 유럽내 추천사이트 | 해외동포 언론사이트

단독 사설
단독 칼럼
단독 인터뷰
독자기고/특별기고
엣세이/여행기/장편소설
유럽한인 취재뉴스
유로저널특집/기획취재뉴스
취재/독자/동영상
한인사회 게시판
정부/대사관 공지
재미있는 유머
경제뉴스
국제뉴스
정치뉴스
사회뉴스
기업뉴스
문화뉴스
연예뉴스
건강뉴스
여성뉴스
스포츠뉴스
내고장소식
독일뉴스
영국뉴스
베네룩스
프랑스뉴스
유럽뉴스
동유럽뉴스
스칸디나비아
스페인/이탈리아
오스트리아/스위스
그리스/터키/포르투갈
유럽각국 전시정보
유럽각국 이민정보
유럽각국 생활정보
유럽각국 교육정보
유럽각국 문화정보
여행기사 정보제공
유럽각국 여행정보
유럽각국 연금제도
유럽소비자 제품평가
공공기관/기업광고
동포업체 및 기타/해외
번역/통역, 관광, 가이드
민박, 하숙, 호텔


최영신에세이
2008.07.23 00:42

엉터리 담장이들 (7월3주)

조회 수 23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Extra Form
extra_vars1 |||||||||||||||||||||
extra_vars2 |||||||||||||||||||||||||||||||||||||||||||||||||||||||||||||||||||||||||||||||||
최 영신(영국,Glasgow거주)

어느 날 아침 아직 여덟시도 채 되지않은 이른 시각에 지속적으로 망치소리가 들려왔다.  아랫집에서 이른 아침부터 또 무슨 수리를 하나?  평소에는 저녁 늦게까지 하던데, 참 이상도 하지.  아침 출근길에 나설 때에야 그 소리의 근원이 사실은 제일 아래층 담벼락을 두들겨된 데서 비롯되었음을 알게되었다.  제일 아래층에 붉은 벽돌을 다 붙인 게 바로 며칠 전 일인데 뭔가가 잘못되었구나, 즉각적으로 감이 왔다.  아마도 공사 표준에 맞지않았다든지 혹은 약속된 제품을 쓰지않았다든지 전문가가 아닌 나는 상세히 알 수 없지만 분명 뭔가가 잘못되었기에 이미 공들여 붙여놓은 벽돌을 사람이 일일이 망치를 들고 부수어내는 것이다.
“엄마, 저 아저씨들 또 부수네.”
“그러게 말이야.  처음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일을 했으면 저렇게 일을 두번 세번 하지 않아도 되는 건데.  그러니까 너도 공부를 하든 뭐를 하든 아예 처음부터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한 거야.”
같은 어른으로서 실수연발을 보여주는 칠칠치못한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아주 좋은 산교육이다.  하긴 어른들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걸 아이들도 자라면서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집을 드나들면서 인부들이 하는 언어에 귀기울여보니 영어는 아니었고 폴란드어같기도 한데,  이 글의 제목을 ‘폴란드 담장이’로 하면 인종차별이라 욕을 먹을 것같고 그렇다고 ‘글라스고 담장이’라 하면 내가 살고있는 모든 글라스고인들-은근히 글라스고인들은 자기들만의 자부심이 좀 있다-에게 예의가 아니고 그래서 ‘엉터리’를 붙였다.  어쨌거나 일을 엉터리로 해서 같은 일을 두번 세번씩 정말 제대로 할 때까지 계속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제일 아랫층 붉은 벽돌 뿐만이 아니었다.  1,2,3층의 외벽에는 말끔한 회칠을 했는데 부수고 바르고 하기를 세번씩이나 하고서 겨우 통과되었다.  
어느 날 아침인가는 베란다에 나가보니 아니 이게 뭔가?  21세기에 살고있는 우리집에 오래전 케케묵은 알라바마의 사십명의 도둑들을 막아내는 하녀가 밤새 왔다간 것도 아닐텐데 벽에 초록색으로 X자가 그려져있었다.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않아서 오래전 설치한 철제구조물을 통해 누구든 정말 맘만 먹으면 남의 집 베란다는 물론 집안으로 칩입하기도 아주 용이한 상태라 공사시작시 인근의 경찰서에서 평소보다 더 유의하라는 편지까지 보내왔었다.   아니, 도대체 어떤 싸가지없는 인간이 남의 집 베란다로 들어와 이런 볼썽사나운 X자를 그것도 두개씩이나 그려놓고 갔단 말인가?  
그날이 제법 조용한 토요일 이른 아침이었는데 일부러 밖에 나가서 좀 더 자세히 보려고 길을 건넜다.  통틀어 스물네 가구가 사는 우리 아파트 전체를 살펴보니 우리집처럼 X자를 받은 집이 몇몇 있었다.  휴,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나 혼자만 나쁜 일 당하면 엄청 억울하고 서러운데 나랑 똑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 더 있으면 그 사실만으로 왠지 위로가 된다.    
언젠가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아주 인내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이곳 사람들은 일이 다 끝나기까지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렸다가 일이 다 끝나면 계약에 맞게 실행했는지 몇번씩 검사하고 확인하고, 그 와중에서 뭔가 잘못되었으면 어김없이 다시 하게 만드는 지독한 아니 철저한 구석이 있다.  
“저렇게 시끄럽게 하면서 맨날 미안하다고 말해.”
“그래, 너도 잘 봤지?  저러면 시간낭비, 물자낭비, 일손낭비 결국은 돈낭비가 되는 거야.”  
이 담장이들이 좀 더 자기들 일에 긍지를 가지고 했더라면 두벌 세벌 고생을 안해도 됐을 건데, 내 돈이 낭비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참 안타까운 맘 금할 수 없다.  우리 아이가 이런 걸 보면서 자신이 할 일을 처음부터 제대로 해내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마지않는다.

유로저널광고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오을식 소설가 소개 file 편집부 2018.08.07 7832
234 최영신에세이 친정집 나들이 eknews 2010.02.10 2300
233 최영신에세이 가을날의 행복 (11월 2주) 유로저널 2006.11.07 2309
232 최영신에세이 감동의 무대, 올림픽 eknews 2010.03.15 2309
231 최영신에세이 어느 산파의 기도 eknews 2009.11.10 2315
230 최영신에세이 우정의 동그라미 (11월 3주) 유로저널 2007.11.23 2316
229 최영신에세이 남자애 한개! (9월1주) 유로저널 2008.08.31 2318
228 최영신에세이 유행에 울고 웃고 (2007년 1월 1주) eknews 2007.01.01 2319
» 최영신에세이 엉터리 담장이들 (7월3주) 유로저널 2008.07.23 2323
226 최영신에세이 모국어의 기쁨 (2월1주) 유로저널 2008.01.31 2325
225 최영신에세이 나의 양어머니 eknews 2009.07.08 2325
224 최영신에세이 뮤지컬 ‘니모를 찾아서’를 보고서(10월1주) 유로저널 2008.09.28 2329
223 최영신에세이 유감 천만 억지성금 유로저널 2009.02.11 2329
222 유럽자전거나라 유로자전거나라와 함께 하는 영국 에세이 8화 그대와 함께 하고 싶은 영국, 베스트 10 file eknews 2016.02.22 2341
221 최영신에세이 장유유서가 뭐길래? (1월 4주) 유로저널 2007.01.23 2349
220 최영신에세이 양보와 감사 eknews 2010.04.25 2351
219 최영신에세이 즐거운 신문배달 유로저널 2008.10.06 2353
218 최영신에세이 돌연변이의 행복 (12월 3주) eknews 2006.12.10 2358
217 최영신에세이 생일을 맞는 아이에게 (4월3주) 유로저널 2008.04.17 2361
216 최영신에세이 동계올림픽을 보며 eknews 2010.02.24 2361
215 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1) - 바람의 기억 eknews 2017.01.09 2361
Board Pagination ‹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24 Next ›
/ 2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연락처 | 회사소개 | 광고문의 | 찾아오시는길 copyright@ EKNews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