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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니모를 찾아서’를 보고서(10월1주)

by 유로저널 posted Sep 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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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니모를 찾아서’를 보고서
최 영신(영국, Glasgow거주

얼마전 오래전에 예약해두었던 뮤지컬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를 아이랑 함께 보았다.  원래 한국학교에서 매 학기마다 한번씩 하는 행사로 야외학습이라는 게 있는데 지난 학기에는 여러가지로 시중의 공연 프로그램과 한국학교 학기 날짜사이에 맞는 게 거의 없는데다 어느 학부모님의 권고도 있고해서 뒤로 미루어 가게된 것이 바로 아이스링크(Ice-Rink)에서의 디즈니 뮤지컬 공연관람으로 정하게 된 것이었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라는 공연시간이 좀 늦어서 이제 갓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어느 아이는 관람도중에 몹시 피곤했던지 그만 푹 잠이 들어버리는 일도 있었다.  하기는 나도 지난 학기의 아이들 담임이라는 의무(?)로 가지 않았더라면 결코 가지않았을지도 모른다.  해 떨어지면 바로 집에 들어와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주경야독을 하느라고 본의아닌 투잡(two jobs)족으로 살아야해서 해 떨어지고난 후에도 바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일에 혹은 공부에 파묻혀서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해 떨어지면 집밖에 나가기 싫다는 나에게, 아이구 원래 여자들은 밤에 더 예쁘게 보인다는데 그러면 어떡해요? 하고 놀린다.  어스름한 달밤에 예쁘게 보이지않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속지말자, 조명발’이란 말이 나왔겠지요, 하고 대꾸했지만 어쨌거나 나같은 고루한 사람은 사실 주로 야간에 많이 펼쳐지는 문화생활을 누리기가 조금 곤란하다.  또 그게 나의 불평이라면 불평이다.  왜 괜찮은 문화 행사들이 밤에만 있는가 말이다.  
정말 오랫만에 찾아본 아이스링크, 오래전 밴쿠버에서 개인레슨까지 받으면서 배웠던 내가 난생 처음으로 정말 좋아해본 스포츠, 아이스 스케이팅이 떠올랐다.  얼음위에서 밑에 날카로운 날이 서있는 아이스 스케이팅 신발을 신고 혼자 설 수도 없었던 내가 선생님으로부터 무릎으로 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침내 혼자서도 아이스 링크안을 빙빙 돌면서 싱싱 날아(?)다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그 과정을 즐기다보니 연습시간이 너무 즐겁고 신나기만 했다.   이렇게 나오니까 내가 무슨 피켜스케이팅 선수라도 되는 줄로 착각하는 분은 설마 없으리라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운동에는 제법 젬병이기 때문이다.  
하이얗게 빛나는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호화스럽고 멋진 뮤지컬, 그걸 보러 온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름내내 그 많은 배우들이 얼마나 고된 스케이팅 연습과 또한 뮤지컬 연습을 피땀 흘리며 했을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배우들의 환상적인 의상을 만든 사람들은 또 얼마나 오랫동안 창조적인 생각을 해내느라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체로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땀흘리며 작업실에서 보냈을까?  내 옆에 와 앉은 첼리스트인 혜정이도 음악 연주자들의 힘든 연습의 과정을 직접 겪어보아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그걸 더 잘 알기에 그들의 연습에 초점을 두어 얘기를 했다.  역시 직업은 못속이는 법.
배우들이 별 무리없이 얼음위에서 싱싱 오가며 음악에 맞추어 한둘이 혹은 여럿이서 조화를 이루는 환상적인 춤과 무용을 멋지게 보여주는데 이미 연습에 연습으로 다져있어서였는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혹시 누군가 얼음위에서 넘어질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게하지않아서 참 다행이었다.   내가 우리 애에게 자주 주지시키는 ‘연습은 완벽함을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는 격언이 이렇게 생겨 났는지도 모른다.
  평범해보이는 주연보다 조연들의 의상이 훨씬 더 화려하고 멋있는 걸 보면서 우리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었다.   독불장군이 없듯이 살아가면서 우리도 항상 주위의 든든한 그리고 어쩌면 주연보다 더 잘나고 근사한 조연들의 도움이 있기에 주연이 주연다워지는 것이 아닐까?  내가 나다운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나도 많은 아주 잘나고 괜찮은 조연들의 도움이 여기저기서 필요하고, 또한 나 역시 누군가 그 인생의 주연으로 제대로 빛이 나도록 뒤에서 드러나지않고 보이지않지만 유익하고 든든한 도움을 주는 게 바로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사는 길이리라.  이래서 예수님이 그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며 살라고 당부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해 떨어지면 집안에 틀어박혀 뭐 하는 게 가장 재미있느냐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혹 있다면, 그건 바로 아무 방해꾼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속에 빠져드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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