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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뭐길래?

by 유로저널 posted Mar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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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눈에 띄이는 거리의 광고판 중에서 정말 웃음을 참지못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있다.  
어떤 껌선전인데, ‘T껌만큼 오래 지속되는 것도 별로 없다(Few things last as long as 껌 이름)’라는 광고멘트와 함께 그 위에 곁들인 배경사진이 진짜 못말린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인들의 숨은 정서가 사실은 저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사진속의 젊고 살 떨릴듯 가슴이 풍만한 미모의 신부를 바라보는 신랑인 할아버지.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이마나 얼굴 그리고 목의 주름살을 보면 거의 칠십, 팔십대의 노인같은 그의 눈이 마치 뽕(마약)맞은 사람의 그것처럼 헤헤 풀어져서 녹아내리고 어쩌면 입안에는 침이 가득 고여서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입안에 그득 고인 침들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  
여성의 미모는 남성들에게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가 보다.  
할아버지는 정말 그 신부를 사랑해서 결혼을 하는 걸까, 아니면 그 신부가 지닌 젊음을 옆에 두고 즐기기 위해서 결혼이라는 구속으로 아니 좀 더 솔직히는 비싼 값을 치루고 죽기 전까지 잠시 빌리는 걸까?
신부는 묵직한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푹 파인 앞가슴 골짜기로 쭉 내려오고 그야말로 화려하기 그지없는데, 문제는 그 모든 화려한 장신구들이 어쩌면 노인 신랑의 호주머니에서 나왔을 건데 이 도도한 신부는 눈길 하나도 그 할아버지에게 주지않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껌 한 통속에 있는 껌들이 다 씹히기도 전에 노인네는 만인이 가는 길-죽어서 하늘로 가는-로 가고 젊고 팔팔한 신부는 그 노인의 한 재산 갖고 즐겁게 살려고 그런 무모한 결혼을 하는지도 모른다.  
보통 신파조의 얘기에는 그런 경우에 노인의 전처 소생의 자식들과 젊은 미망인 사이에 재산 줄다리기 싸움이 벌어진다.  

아, 머리 아프다.  이건 그만!  
각설하고, 철 지난 유로저널을 다시 읽는데 그중 정말 내 눈시울을 뜨겁게 붉힌 기사가 하나 있었다.
다름아닌 독일의 레나테 홍 할머니와 북한의 홍옥근 할아버지의 47년만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었다.  
오래전 레나테 할머니의 거의 반세기동안 헤어져 있었던 부군을 만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기사를 읽을 때에 나도 모르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얼굴도 모르는 그 할머니를 위해서 기도한 적이 있었다.  
제발 그 할머니의 부군 되시는 홍옥근 할아버지가 부디 살아 계시기를 함께 기도한 기억이 난다.  
그렇게 오래도록 기다렸는데 적십자사를 통해서 사망소식이라도 듣게 된다면 그 얼마나 할머니의 삶이, 그 평생의 기다림이 허무하겠나 싶어서였다.  
많은 남성 작가들이 여자들의 마음은 변덕스럽다고 그리는 경우가 많지만, 레나테 할머니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닌 여자들도 있음에 모든 여자들을 도매금으로 매기는 것은 좀 조심해야 될 것이다.  
어쩌면 사랑은 그래서 ‘언제나 오래 참고’를 가장 먼저 내세우는 혹은 큰 덕목으로 취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연애에 들뜬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결혼을 한 사람들은 왜 주례사에 빠지지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늘 서로 돕고 격려하고 등등을 빠뜨리지 않는지 이해할 것이다.  

살다보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도 얼마나 자주 본의아니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라는 그 신실한 약속때문에 서로에게 오래 참고 기다려줘야하는지 절실히 체험으로 깨닫게 된다.

요즘은 너무 어린 아이들도 엄마아빠가 되고 진실한 사랑이 도대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세상속에 살고 있지만, 아무리 세대가 변하고 풍조가 바뀐다해도 아직도 여전히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언제나 온유하며…’를 실천코자 오늘 하루도 인내하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많은 평범한 그러나 참으로 신실한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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